[앵커]
군대에도 중대재해법을 적용할 수 있을까요? 육군이 중대재해법 적용을 위한 연구 용역을 발주해 논란입니다. 현장의 문제점은 없을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군대는 전쟁을 준비하는 조직인데,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면 문제가 없을까요?
[기자]
예컨대 사격장에서 훈련 중 총기 사고가 났을 때 중대재해법을 적용한다고 하면 아무래도 훈련의 적극성과 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가 나옵니다. 논란이 되자 육군은 "교육이나 훈련 상황에 대한 내용이 아니다"고 해명하고 용역서를 공개했습니다. 실제로 민간 사례를 분석해 군내 유사 사고 발생시 어떻게 판단할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습니다. 군대 안에서 벌어지는 공사 현장 등에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공사를 포함한 군대의 모든 활동은 실전을 전제한 '작전' 아닙니까?
[기자]
군대의 모든 활동은 어디까지가 교육이고 작전인지 무 자르듯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중대재해법은 사업주가 사업장 내의 안전조치를 어떻게 했느냐가 핵심 중 하나인데 군대는 자신들이 통제할 수 없는 영지 밖의 야산이나 하천, 일반 도로 등에서도 시설 작업을 포함한 작전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일단 군내 중대재해법 적용의 물꼬가 트이면 이러한 모호성 때문에 결국 전투 훈련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오정일 / 군안전보건연구센터장 (예비역 소장)
"위험을 어느 정도 감수하면서 작전 활동을 하는 데 큰 지장을 줄 수가 있다라는 겁니다. 작전이라든지 교육 훈련 부분, 또 전투 준비 부분 이런 부분들은 적용시키지 않는다라고 하는 예외 조항이 필요하죠."
[앵커]
중대재해법이 보호하는 대상이 근로자인 것으로 아는데요, 현역병도 대상이 됩니까?
[기자]
헌법과 법률로 직업군인은 근로자로 인정되는데 현역 병사는 아닙니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국가와 현역병 사이에 근로관계가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며 현역병은 근로자가 아니라고 판결했습니다. 헌재는 '현역병은 자발적으로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관계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판시했는데요, 따라서 현역병이 복무 중 재해로 사망해도 중대재해법 적용을 할 수가 없습니다. 2022년에는 한 현역병이 “병사도 중대재해법의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는데 아직 결론이 나지는 않았습니다.
[앵커]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장을 처벌하잖아요. 군대에서 사고가 나면 누굴 처벌해야 합니까?
[기자]
중대재해법상 공공기관 재해 시의 경영책임자는 '중앙행정기관의 장'입니다. 군대에 대입하면 국방부 장관이 해당됩니다. 국군통수권자가 대통령이긴 하지만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군대에서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국방부 장관이 처벌받고 교체되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근우 / 가천대 법학과 교수
"처벌받는 사람은 예측도 못하는 걸 방지하지 않았다고 처벌받는 굉장히 억울한 상황이 나올 수 있어가지고. 올라갈수록 무한 책임이 되는 거죠."
[앵커]
해외에서는 이 문제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기자]
미국은 아예 군인을 근로자로 보지 않습니다. 군대 조직의 특수성을 인정해 따로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독일도 국방 분야는 적용을 제한하는 규정이 명시적이고 구체적으로 있습니다. 영국도 여러 법에서 군에 적용 예외 혹은 면책특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앵커]
무리하게 중대재해법을 적용하기보다는 군인복무기본법 같은 관련 법령을 손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