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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핵추진 잠수함 건조…'농축도'가 쟁점

  • 등록: 2025.10.31 오후 21:46

  • 수정: 2025.10.31 오후 21:50

[앵커]
미국이 우리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허가했다는 뉴스로 어제 하루종일 떠들썩했습니다. 그런데 핵연료를 놓고 고농축이니 저농축이니 하는 말이 많이 나오는데 개념이 좀 어렵죠. 이게 무슨 말인지, 우리 핵추진 잠수함 어떤 형태로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핵연료를 농축한다, 농축도가 얼마다라는 거, 무슨 개념인가요?

[기자]
천연 우라늄에서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만 모아서 효율을 높이는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연 상태의 우라늄 중 핵분열을 해서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게 '우라늄 235'인데, 전체의 0.7%밖에 안 들어 있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핵분열이 안 되는 우라늄 238 원소입니다. 이 235 원소를 모아서 비중을 높이는 게 핵연료 농축입니다. 원자력발전소는 3%에서 5%정도의 저농축 우라늄으로도 돌릴 수 있고요, 핵미사일 같은 '무기급'은 90%가 넘습니다.

정범진 /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우라늄을 4% 농축했다 그러면 우라늄 235가 4%가 되고 96%가 우라늄 238이 되는 겁니다. 우라늄 235가 90%가 넘어가면 10kg만 모아 놓으면 그냥 폭탄이에요. 다른 거 필요 없이."

[앵커]
그러면 핵잠수함은 어느 정도의 농축도가 필요합니까?

[기자]
농축도가 높아질수록 잠수함에 들어가는 원자로가 작아지고 속력이 높아집니다. 잠항 시간과 원자로 수명도 깁니다. 전 세계 바다가 작전지역인 미국은 잠수함에 90%대의 고농축 우라늄을 사용합니다. 프랑스는 7%대, 중국은 4%대의 저농축 우라늄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설계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해군도 최대 20% 수준의 저농축 우라늄이 들어가는 잠수함을 추진해 왔습니다.

서균렬 /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
"우리가 (작전지역이) 기껏해야 한반도 지역이죠. 설계를 해보니까요, (농축도가) 한 3.5%내지 5%. 공학적으로 따져 들어가 보니 10년까지 운전이 가능하더라고요."

[앵커]
4~5% 농축으로도 핵추진 잠수함 만들 수 있다.. 그 정도면 원전 가동할 때 운용하는 수준인데, 왜 우리는 지금까지 못 만든 건가요?

[기자]
한미원자력협정상 우라늄의 군사적 사용이 금지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군사적 사용을 위한 협정 개정은 미 의회를 거쳐야 하는데 이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출발해서 장기적으로 의회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앵커]
트럼프 대통령이 잠수함 건조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하라고 했잖아요.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기자]
미국이 우리에게 핵연료 직접 농축을 허용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1970년대에 우리가 자체 핵개발을 하려다 무산된 일도 있었기 때문에 아직도 의심의 눈초리가 남아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필리조선소 안에서, 미국 통제 하에 무기급이 아닌 20% 이하의 농축 우라늄을 제공받아 탑재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국내에 이미 관련 시설과 기술이 상당 부분 준비돼 있고 핵연료만 있으면 되는 상황인데 이 시설을 미국에 또 짓게 되면 시간과 비용 문제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문근식 / 한양대 특임교수 (초대 핵추진 잠수함 사업단장)
"공장 만드는 데 3내지 5년, 인허가 받고 하는데 또다른 3내지 5년, 최소한 10년 넘게 걸릴 수 있다. 한미 조선 협의체를 만들어서 비용, 기간, 그 다음에 리스크 테이킹(위험 부담) 이런 걸 다 고려해가지고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추진해야 된다."

[앵커]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큰 틀의 허가를 했으니 미국 의회를 대상으로 한 외교전같은 후속 전략이 필요하겠군요.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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