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종로의 세운상가는 6, 70년대 최고의 주상복합이었는데, 지금은 오래돼서 재개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서울시는 이곳을 고층 빌딩으로 재개발하고 싶어하는데, 인근의 문화재 종묘 때문에 국가유산청과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뭐가 문제고, 해결책은 있는지, 신유만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신 기자, 세운상가는 정확히 어디에 있습니까?
[기자]
종로3가와 4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남쪽으로 약 1km 뻗어 있는 주상복합상가 건물군입니다. 지도로 보면 이렇습니다. 종묘 바로 앞 종로에서 시작해 남쪽 끝 부분은 남산과 인접한 퇴계로까지 이어집니다. 서울시는 여기에 고층 빌딩과 공원이 결합된 도심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인데요, 이를 위해 일단 종묘와 가장 가까운 위치부터 최대 145m까지 건물을 올릴 수 있도록 고도 제한을 완화했습니다. 참고로 종각역 종로타워빌딩이 133m, 세종대로 SFC빌딩이 124m 높이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왜 재개발 얘기가 계속 나왔던 건가요?
[기자]
세운상가는 1968년에 완공돼 지어진 지 올해로 58년째입니다. 한 번 리모델링했지만 본질적인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습니다. 도시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는데요, 서울 강북을 동서로 분단시켜 소통을 막고 있다는 겁니다.
유현준 / 홍익대 건축도시대학 교수 (출처: 유튜브 '셜록현준')
"강북의 도로의 축은 동서 방향으로 돼 있는데 세운상가가 남북 방향으로 완전히 만리장성처럼 그걸 막고 다 끊어 버리는 형세를 띠고 있거든요. 인공적으로 20세기에 강북에 성곽을 하나 만든 거다."
[앵커]
낡은 건물이라면 재개발 필요성이 있어보이는데, 국가유산청은 어떤 부분을 반대하는 겁니까?
[기자]
재개발에 대한 반대는 아니고, 새로 올라가는 건물의 고도를 제한해야 한다는 겁니다. 세운상가와 약 180m 떨어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종묘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입니다.
[앵커]
구체적인 근거가 뭡니까?
[기자]
표면적으로는 유네스코가 권고한 세계유산 환경평가를 서울시가 무시했다는 건데 이건 강제성은 없습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국가유산청과 서울시 간의 끝나지 않은 법적 분쟁입니다. 과거 서울시 조례에는 문화재와의 거리에 상관없이 필요한 경우 고도 규제가 가능하다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세운상가도 이 규정을 적용받아 개발 제한 고도가 71.9m로 묶여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 조례가 2023년 시의회에서 폐지됐고, 국가유산청은 폐지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는데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앵커]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계속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인데,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얘기합니까?
[기자]
세운상가 지역은 서울 도심의 금싸라기 땅인데 높이가 낮으면 재개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또 여기가 성공적으로 정비되면 낙후된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북 재개발의 신호탄이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다만 목재와 기와 등으로 이루어진 종묘 건물에 그늘이 드리우는 문제 등 문화재 보존 측면도 고려해 세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강명구 /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
"(세운상가가) 공간적으로 넓기 때문에 종묘 쪽은 역사성을 또는 이제 남산 쪽은 새로운 도심 기능을 가능하도록 이게 다양한 형태로 적응적으로 개발하는 방향이 필요합니다."
[앵커]
도시의 미래와 문화유산의 보존, 두 가치 사이에서 현명한 절충점을 찾았으면 합니다. 신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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