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AE OPEC 탈퇴, 트럼프엔 '승리'…중동 질서·국제유가 판도 흔든다
등록: 2026.04.29 오전 06:08
수정: 2026.04.29 오전 06:56
아랍에미리트(UAE)의 OPEC 및 OPEC+ 탈퇴 선언이 국제 원유시장 재편을 넘어 미국의 오랜 반(反)OPEC 기조에 힘을 실어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평가되고 있다.
UAE가 28일(현지시간) OPEC과 OPEC+ 탈퇴를 공식화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산유 질서에 균열이 생기는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OPEC 체제에도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미국이 중동 산유국의 안보를 사실상 뒷받침하는 상황에서 OPEC 회원국들이 공급 조절로 고유가를 유지해왔다고 비판해왔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도 사우디와 OPEC을 향해 공개적으로 유가 인하를 압박했다.
로이터 통신은 UAE의 이번 결정을 두고 “2018년 유엔총회에서 OPEC이 유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 세계를 착취한다고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사실상 승리”라고 평가했다.
UAE의 탈퇴는 OPEC의 공급 통제력을 약화시켜 장기적으로 국제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긍정적 변수로 해석된다.
CNN은 “OPEC의 영향력 약화는 장기적으로 미국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며 “UAE는 OPEC 규제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는 대형 신규 경쟁자로 부상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유가 하락 압력이 커질 경우 미국 셰일업계와 에너지 기업들에는 수익성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어 미국 경제 전반에 미칠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파장 못지않게 정치·외교적 의미에도 주목하고 있다.
컬럼비아대 글로벌 에너지정책센터의 대니얼 스터노프 선임연구원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결정은 UAE가 사우디의 핵심 전략과 일정 부분 결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최근 전쟁 국면에서 UAE가 미국, 이스라엘, 프랑스 등과의 안보 협력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UAE가 단순한 산유 정책 변화가 아니라, 외교·안보 노선에서도 보다 독자적인 전략을 강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UAE가 이미 이스라엘과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한편, 예멘 등 역내 분쟁에서도 사우디와 다른 이해관계를 보여왔다고 짚었다. UAE는 두바이를 중심으로 경제 다변화가 상당 부분 진전돼 있어 사우디보다 고유가 의존도가 낮고, 이에 따라 가격 방어보다 생산 확대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보에 더 적극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보수 성향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리처드 골드버그 선임고문도 “이란과 러시아가 걸프 산유국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UAE가 더 이상 적대 세력과 이해를 공유할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며 UAE의 탈퇴가 미국과 걸프 국가 간 전략적 재편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전쟁 여파로 단기적인 산유 확대 효과는 제한될 수 있지만, UAE의 OPEC 탈퇴는 사우디 중심 산유 카르텔 약화, 미국의 전략적 입지 강화, 걸프 지역 외교 질서 변화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력을 지닌 결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