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조Q&A] 용인 960조 붓고 호남에 또 500조?…'반도체 효율' 괜찮나? 인력·전력은?
등록: 2026.06.25 오전 10:33
수정: 2026.06.25 오전 10:35
여의도 면적의 몇 배에 달하는 부지에 수백조원을 쏟아붓는 공사가 또 하나 생긴다. 이번엔 경기 용인이 아니라 광주·전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호남에 수백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는 방안을 정부와 막판 조율하고 있다.
그냥 조립·포장(후공정) 라인이 아니다.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새기는, 반도체의 '심장'에 해당하는 전(前)공정 팹이다. 계획대로라면 수도권 일변도였던 국내 반도체 지도가 통째로 다시 그려진다.
Q.얼마나 투자하나?
400조~500조원. 양사가 향후 10년 안팎에 걸쳐 호남에 쏟을 돈이다. 삼성전자가 200조원 이상, SK하이닉스는 그보다 많은 금액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이 잘 안 온다면 이렇게 보면 된다. 최신 반도체 팹 한 동을 짓는 데만 최소 60조원이 들어간다. 양사가 호남에 각각 수 개의 생산라인을 세운다는 뜻은, 광주·전남 일대에 사실상 '반도체 신도시'를 새로 짓겠다는 얘기와 같다.
Q. 후공정만 온다더니, 갑자기 왜?
처음엔 분위기가 달랐다. 호남에는 조립·테스트를 맡는 후공정 패키징 시설만 들어올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정부와의 조율이 진행되면서 핵심 제조 공정인 전공정 팹까지 포함하는 쪽으로 논의가 확대됐다.
배경엔 정부의 강력한 지역균형발전 기조가 있다. 동시에 기업도 '생존 계산기'를 두드렸다.
전력과 용수가 빠듯한 수도권을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있는 호남에서 생산하면 '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이라는 글로벌 시장의 생존 조건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정치적 명분과 기업의 실리가 묘하게 맞아떨어진 셈이다.
Q. 용인에 960조 부었는데, 이번엔 호남?
여기서 의문이 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경기 용인에 메가 클러스터를 짓고 있다. 투자 규모만 960조원이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 불릴 정도의 사업이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협력사들을 한곳에 모아 촘촘한 생태계를 만들겠다던 게 용인 클러스터의 핵심 논리였다. 그런데 핵심 축 일부가 남부권으로 갈라져 나가면, 물류 효율은 떨어지고 초기 비용은 오히려 불어날 수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용인 메가 클러스터로 반도체 경쟁력을 극대화하겠다던 기존 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Q. 靑 확인에 "명청대전용 총알이냐"?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24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논의가 마무리 단계"라고 공식 확인하며, 용인 클러스터 이전이 아닌 '제2 클러스터 추가'임을 분명히 했다.
논리는 이렇다. SK하이닉스 4호기는 원래 2044년 완공 목표였는데 수요 폭증으로 2034년까지 당겨졌고, 삼성전자 역시 2048년 계획을 2034~35년으로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다.
팹(생산라인) 하나 짓는 데만 7~8년이 걸리는 만큼, 용인이 포화되는 시점에 맞춰 호남 부지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미래 먹거리마저 선거용 정치공학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며 전면 비판에 나섰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방균형발전이라는 포장지로 기업 투자를 유도·압박하는 최악의 관치경제이자 자해행위"라고 날을 세웠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 또한 페이스북을 통해 "2019년 SK하이닉스의 용인 투자도, 2023년 삼성전자의 용인 투자도 기업의 판단이 먼저였다"며, " '반도체 산업'은 '민주당 명청대전 전대용 총알'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Q. 가장 큰 변수는?
인프라보다 더 큰 난제가 남아 있다.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은 이미 만성적으로 부족한 상태다.
석·박사급 고급 인력일수록 비수도권 근무를 꺼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수백조원짜리 투자도 사람 없는 공장으로 남을 수 있다.
전력 문제도 간단치 않다. 반도체 팹은 클린룸을 24시간 일정한 온·습도로 유지해야 해 멈출 수 없는 '무정전' 시설이다.
그런데 전력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남·전북의 태양광 이용률은 각각 14.6%, 14.8%에 그친다. 하루 24시간 중 3시간 남짓만 발전한다는 뜻이다. 풍력은 그보다 나은 16~20%대지만, 이 역시 하루 5시간 안팎에 불과하다.
호남이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설비 용량과 실제 안정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전력은 다른 얘기다.
결국 'RE100'이라는 명분과 별개로, 상시 전력은 원전이나 LNG 등 기저전원, 그리고 대규모 송전망 확충에 의존해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대규모 송전망과 공업용수 관로를 빠르게 깔기 위한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인프라 지원도 함께 풀어야 할 숙제다.
Q. 앞으로 일정은?
수백조원짜리 그림인 만큼, 조율은 막바지 단계에 들어섰다. 대통령은 지난 1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난 데 이어, 오늘(25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잇따라 회동하며 투자안을 최종 점검할 예정이다.
정부는 오는 29일 대기업의 지방 투자 구상을 공식적으로 밝힌다. 이 자리에서 호남 반도체 벨트의 부지와 인센티브 규모 등, 거대 청사진의 전모가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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