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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골프의 정치학…대화 복원 물꼬 틀까?

  • 등록: 2026.07.02 오후 21:21

[앵커]
대통령이 야당 중진들을 만나 골프를 친다는 얘기가 조금 생소하게 들립니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라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과거에는 정치 거물들의 골프회동 소식 종종 접했던 것도 같습니다. 왜 요즘엔 통 보기 어려운 것인지 김충령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김 기자, 정치 거물들의 골프회동 예전에는 좀 있지 않았습니까?

[기자]
오히려 정치적 분수령이 되는 큰 사건을 앞두곤 골프회동이 빠지지 않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민주화 이후 최대의 정계개편이었던 1990년 '3당합당'도 출발은 골프장이었습니다. 수준급 골퍼인 김종필 총재를 이겨보려던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엉덩방아를 찧는 바람에 현장이 웃음바다가 되는 장면도 연출됐죠.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김종필 두 후보가 결성한 'DJP연합'도 골프회동에서 시작됐습니다. 정치적 난제를 풀기엔 골프장 18홀을 도는 4~5시간은 제법 훌륭한 윤활유가 됐기도 하고, 구 시대적인 '요정정치'를 환한 필드로 끌고 나왔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었습니다.

권노갑 / 김대중재단 이사장
"못 쳐도 치고, 잘 쳐도 치고 하니까. 서로 마음이 그냥 하나가 돼. 낮에 전에 국회에서 대치된 것도 거기서는 말을 서로 해. '이거 이렇게 해야 될 거 아니냐. 이렇게 하자' 그래가지고 거기서 서로 상통이 돼 합의가 돼 버려."

[앵커]
그런데 언제부터 이런 골프 회동이 사라진 것입니까? 2000년대 이후에 거물들의 골프 회동, 이런 얘기가 잘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자]
결정적 계기는 2006년 3·1절 이해찬 당시 총리의 골프였습니다. 이 전 총리는 늦깍이로 배운 골프에 푹 빠졌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한 라운드에 80타 초반을 기록할 정도로 아마추어 가운데서는 상당한 실력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군부대 사고 희생자를 조문을 앞두고 골프를 쳤고, 산불 피해가 겹쳤던 식목일에도 골프를 쳤습니다. 집중호우로 물난리가 났을 때도 제주도에서 골프를 쳤고, 3·1절에 철도 파업까지 겹친 날도 골프를 치다가 사임했습니다.

[앵커]
가뜩이나 특권층의 스포츠다 이런 인식이 강한데다 그러다보니까 여기저기서 골프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던 것 같긴 하거든요. 그런데 골프 자체가 죄는 아니지 않습니까?

[기자]
물론입니다. 해외의 정치인들도 골프를 통해 정치와 외교를 합니다. 2016년 트럼프 후보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되자 아베 당시 일본 총리는 미국으로 날아가 트럼프와 골프부터 쳤습니다. 이후로 양국을 오가며 모두 다섯번 라운딩을 가지며 현안을 풀었습니다. 직접 카트도 몰고, 벙커샷을 치다 구르는 해프닝까지 벌어졌지만, 성공적 외교로 평가받았습니다.

[앵커]
이재명 대통령이 실제 야당 중진들과 골프를 칠지 지금은 알 수가 없죠. 그런데 만약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까요?

[기자]
무슨 이야기가 오갈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극도로 경색된 여야 대치구도 속에서 골프장 18홀은 제법 괜찮은 대화의 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골프를 치며 상대를 격려하고, 실수에 함께 웃으며 인간적 신뢰를 쌓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성과가 어떻게 날지 몰라요. 하지만, 일단 만나서 대화를 할 수 있는 마당이 열린다는 것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김 기자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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