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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9] 논란의 역사 도서

등록 2018.02.14 21:11

수정 2018.02.14 21:17

[앵커]
윤해웅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린이 역사 도서에 국군을 적이라고 쓴 부분이 있었는데 어떤 맥락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 겁니까?

[기자]
네, 책은 6.25 전쟁의 경우, 시종일관 북한군을 조선민주주의 인민해방군이나 인민군으로 칭하고 있는데요, 전개 과정도 북한군 시각에서 쓰고 있습니다. 인민군이 서울로 들어왔다, 인민군은 힘을 쓰지 못했다, 인민군이 밀고 내려갔다, 이런 식입니다. 침략을 당한 우리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서술 방식입니다. 기준이 북한군이다보니 국군은 적이 됐고요, 미군이나 유엔군 역시 점령군, 침략자 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북한군을 '적'이라고 쓴 부분은 단 한 곳도 안 나왔습니다.

[앵커]
정말 충격적입니다. 혹시 책 전체 맥락은 그렇지 않은데, 일부 문구만 발췌해서 보도하다 보니 그런 오해를 한 것 같다 이런 반론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책 전체 흐름을 보면 문제가 더 도드라집니다. 특히 구성이 교묘한데요, 내용 설명 뒤에 꼭 탐구하기나 생각하기 같은 복습 코너를 배치하고, 거기에 모범 답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생각을 이끌어갑니다.

김일성 설명 부분을 예로 들면 이봉창, 윤봉길 의사의 활약 뒤에 김일성을 배치해서, 먼저 셋이 똑같이 훌륭한 인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요, 전설이나 희망, 영웅 같은 좋은 말로 김일성의 활약을 설명한 뒤에, 생각하기 코너에서 "어떤 사람을 영웅이라고 생각하나요?"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겁니다.

하지만 이봉창, 윤봉길 설명 부분에서는 영웅이나 희망 같은 단어가 한 번도 안 나옵니다. 아이들은 방금 앞에서 배운 김일성이 영웅이라고 생각하기 쉽겠죠.

[앵커]
이 책이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나 참고서는 아니죠? 도대체 누가 쓴 건지도 궁금해지네요.

[기자]
네, 대형 서점의 아동 코너에 있는 책인데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참고서는 아닙니다. 현행 공교육과정에서 초등학생은 한국사를 배우지 않거든요, 그래서 교과서나 참고서가 없습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아이들이 한국사를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인데도, 일반 서적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감독을 받지 않습니다.

마침 어제 기사가 나가고 교육부에서 연락이 왔는데요, 해당 출판사 관계자를 만나 경위를 들어보겠다고 하면서도 현행법상 규제를 할 방법은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책의 저자는 '모난돌역사논술모임'이라는 단체로 돼 있는데요, 사무실이나 홈페이지 등 연락 가능한 통로는 없었습니다. 취재를 해보니 저자로 참여한 인사들은, 어린이 동화 작가나 문화센터 논술 강사 등이었고, 역사학자라고 할 만한 인사는 없었습니다.

[앵커]
예, 성인용이라면 모르겠는데 어린이들이 보는 책이라고 하니 좀 걱정이 되는군요. 윤해웅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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