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남북 대화의 빛과 그늘

등록 2018.01.10 21:45

수정 2018.01.10 22:00

공주 마곡사에 백범당이 있습니다. 구한말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던 곳인데, 백범이 즐겨 읊었던 한시 '야설'이 걸려 있습니다. 이 시를 2015년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우리측 대표가 인용했습니다. “처음 길을 갈 때 온전하게 잘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원칙을 강조한 겁니다. 그러자 북측 대표는 “우리가 대통로를 열어 나가자”며 성과에 무게를 뒀습니다. 

남북회담 첫머리에 덕담만 오가는 건 아닙니다. 1994년 남북 실무접촉 때는 북측 대표가 “전쟁 나면 서울이 불바다가 된다”고 말해 라면 사재기가 벌어지기도 했었지요. 그래서 양측 대표 발언을 들어보면 회담이 어떻게 될지 감이 잡힌다고 합니다. 어제 남북 고위급회담에선 북측 대표 리선권이 “회담을 잘해서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을 하자”고 했습니다.

예전 남북회담에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도 있었다는데 이번엔 아주 부드러웠습니다. 하지만 회담 말미에 우리측이 비핵화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리선권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고 합니다. "그만 합시다. 좋게 했는데 이거 마무리가 개운치 않게 됐다" 불편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두 얼굴이 분명히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신년기자 회견에서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평창은 오겠다면서도 비핵화 얘기를 꺼내지 못하게 한 연장선에 이 발언을 놓고 보면 우리의 현실이 명료하게 드러납니다. 평창의 환호가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는 섣부른 기대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어제 회담이 분명히 보여 줬습니다.

1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남북 대화의 빛과 그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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