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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취재] 전통시장 상품권 4000억 원, 시장 상인들이 '싹쓸이'?

등록 2018.02.08 21:23

수정 2018.02.08 21:41

[앵커]
전통시장에서만 쓸 수 있는 '온누리상품권' 전통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설을 앞두고 10% 할인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그 할인된 금액은 세금으로 채우게 되겠지요. 그런데 이 상품권을 엉뚱하게도 시장 상인들이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추적취재, 박성제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전통시장 인근 은행. 문 앞에 '온누리 상품권 매진'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습니다.

은행 직원
"상품권은 하루만에 다 나가가지고. 이 주변에는 없을 거고 다른 동네에 남아있을 수도 있어요." 

근처 은행들은 물론, 다른 전통시장 은행들도 상품권이 동이 났습니다. 전통시장에서 현금처럼 쓰는 온누리 상품권은 통상은 5% 할인가에 1인당 30만원 한도로 판매됩니다.

하지만 설 대목인 2월 1일부터 14일까진 할인폭이 10%까지 커졌습니다. 즉, 10만원 상품권을 9만원에 사서, 10만원어치 물건을 살 수 있는 겁니다.

시장 상인은 소비자가 지불한 상품권을 은행에서 현금으로 바꾸게 됩니다. 소비자가 누리는 할인 혜택만큼의 차액은 세금으로 메워집니다.

정부는 설 대목을 앞두고 상품권 4000억원어치를 풀고 구매한도도 50만원으로 늘렸습니다. 은행 지점당 확보한 상품권은 2억원 가량.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상품권을 구경도 못합니다.

상인
"(온누리 상품권)안 써요. 잘 안 써요. 1월부터 구정 전까지는 죽은 달이라 그래서 장사가 원래 잘 안 돼요."

고객은 엉뚱한 데 있었습니다.

은행 직원
"시장 사람들이 (상품권을) 워낙 많이 사가서 2월 1일에 (판매) 다 끝났어요."

가맹점 상인의 상품권 구매는 불법으로 돼 있지만 꼼수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A씨 / 상인
"가족 다 동원해서 상인들이 (상품권을) 사가지고 관리사무실에서 바꿔 달라든지... 그럼 관리실에서는 은행에서 입금하고."

가족들을 시켜 대리 구입하고, 상인회에 맡겨 현금화하고, 상인들끼리 상품권을 서로 바꿔 세탁도 합니다.

A씨 / 상인
"시장 상인들이 (상품권을) 사가지고 '너한테 입금 시킬테니, 넌 나한테 입금해라' (그러고 은행에는) 받았다고 손님한테..."

취재진은 상인회 직원이 상인을 대신해 은행에서 상품권을 돈으로 바꾸는 현장을 포착했습니다.

상인회 직원
"상인들 10~20% 정도는 (상품권을) 주시는 것 같은데요. 이 은행은 (상인회가 대신 와도) 받아주시니까."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2009년 도입된 온누리 상품권이 시장 상인들의 공돈 벌이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TV조선 박성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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