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평창 이후 한반도

등록 2018.02.26 21:57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느닷없이 최룡해를 비롯한 북한 실세 3인방이 왔을 때 일입니다. 애국가가 연주되고 태극기가 올라가자 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애국가가 끝날 때까지 차려 자세로 예의를 갖췄습니다.

북한 대표단은 폐막식 날 아침 김정은의 전용기를 타고 와 열두 시간을 머물렀습니다. 큰 통로를 열자며 고위급회담도 명쾌하게 합의했지요. 하지만 돌아가자마자 잇따라 대남 도발을 하면서 없던 일이 됐습니다. 김정은의 파격적인 대표단 파견은 권력을 확실히 잡았다는 과시수단이었던 겁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나, 천안함 폭침을 지휘했던 김영철이 평창 폐막식에 와 사흘을 머물고 있습니다.

이번엔 우리 정부 대접이 파격적입니다. 반대 시위를 피해 군사도로까지 열어 줬고 길목마다 교통신호를 조작해 통과시켰습니다. KTX가 서지 않는 역에 특별열차까지 내줬습니다. 이 대목에선 얼마 전 방한했던 트럼프 대통령 일행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반미 시위대를 만나 급히 역주행까지 해야 했던 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이 굳이 김영철을 보낸 데는 분명 우리 내부의 결속을 흔들겠다는 목적도 있어 보입니다. 아울러 우리 정부의 선의를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지렛대로 악용하겠다는 의도도 분명 보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영철을 만나 비핵화 얘기를 꺼냈고, 김영철은 미국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김영철을 보내면서 "핵 포기를 바라는 건 바닷물 마르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어리석다"고 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대북 해상 봉쇄가 실패하면 매우 거칠고 불행한 2단계로 갈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가 조급해 하면 할수록 상황은 더 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평창올림픽 끝나기 무섭게 한국과 북한과 미국이 서로 얽히고 설키면서 우리의 선택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2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평창 이후 한반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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