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시장의 역습

등록 2018.03.21 21:50

멕시코 민요 '라 쿠카라차'입니다. 경쾌한 춤곡 같지만 멕시코 혁명 때 민중의 피와 눈물을 노래합니다. '쿠카라차'는 바퀴벌레라는 뜻인데 끈질긴 민중의 생명력을 바퀴벌레에 비유했습니다.. 가사 중에는 "피울 마리화나가 떨어져서 더 걸을 수가 없다"는 대목도 있습니다.

1970년대 미국 마약당국이 인접국 멕시코에서 마리화나를 소탕했습니다. 그러자 재배지가 콜롬비아 동북부로 옮겨갔고, 또 단속하자 서남부로 피해 갔습니다.

이 역설적 현상을 중남미에선 바퀴벌레 효과, 미국에선 풍선효과라고 불렀지요. 풍선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불룩 튀어나오듯, 풍선효과는 정책을 억지로 밀어붙여도 시장의 힘은 거스를 수 없다는 경제 용어가 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만은 잡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강남의 부동산을 누르자 강북이 튀어 나왔고 , 강북을 누르자 수도권 부동산값이 폭등했습니다. 풍선효과 때문이었지요.

지금 정부 정책에도 시장의 역습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시간이 줄어 결국, 투 잡을 뛰는 사람이 늘었고, 인건비를 감당 못해 밤에 문을 닫는 편의점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기 위해 세금을 쏟아 붓겠다는 정책도 나왔는데 시장에서는 걱정이 더 많습니다. 정부 정책에 따라 근로시간 단축을 시범적으로 실시해 본 기업들에서는 일은 그대론데 근로자들 월급만 줄었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로또 아파트'를 다시 불렀고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보유세 인상 카드도 서민의 전월세 부담으로 돌아갈 공산이 큽니다.

이 모든 정책들이 취지는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급하고 과격하게 밀어 붙이면 시장은 등을 돌립니다. 풍선을 누르기만 할 게 아니라 시장의 힘을 이용해 풍선의 바람을 빼는 방법부터 찾는 게 순서일 것 같습니다.

3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시장의 역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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