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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공무원의 영혼

등록 2018.03.29 21:43

수정 2018.03.29 21:47

노무현 정부 국정홍보처는 기자실을 폐쇄하면서까지 정권 홍보에 앞장섰습니다. 그러다 대선이 끝나자 이명박 당선인을 홍보하느라 바빴습니다. 대통령직 인수위 보고에서 "새 정부 출범 홍보를 맡겠다"고 했다가 핀잔을 들었습니다.

그러자 한 간부가 변명인지 자조인지 모를 말을 했다고 하지요. "공무원은 영혼이 없습니다." 이튿날 홍보처장이 나름 이 말을 해석했습니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한 말인데, "관료는 그 정부 철학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는 거지요.

베버의 말을 정확히 옮기면 이렇습니다. "관료는 분노도 편견도 없이 일을 처리해야 한다. 잘못돼 보이는 명령도 수행하는 규율과 극기가 없으면 관료제는 무너진다…" 즉 공무원은 명령을 따르고 책임은 정치가 지라는 이야기입니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경위를 조사해온 교육부 진상조사위원회가 박대통령부터 교육부 과장급 실무자까지 스물다섯 명을 수사 의뢰하라고 요청했습니다. 전 현직 공무원 10여 명에 대해선 징계를 요구했습니다.

이미 국정교과서 관련 교사와 실무진들이 줄줄이 인사 조치된 뒤여서 공무원 사회가 술렁인다고 합니다. 지난 정부 정책에 관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적폐로 몰고 처벌하면 누가 열심히 일하겠느냐는 겁니다.지금 정부 들어 나온 교과서를 두고도 논란이 적지 않은데, 여기 관여한 공무원들은 정권 바뀌면 또 어떻게 되는 건가요. 

문재인 정부 초기 국정자문위원회는 "공무원들이 새 정부 국정 철학을 이해 못하고 있다"고 다그쳤습니다. 총리는 공직자를 "촛불 혁명의 도구"라고 했지요. 그러면서 정부는 "영혼이 있는 공무원이 되라"고 합니다. 공무원 입장에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릴 것 같습니다. 정말 공무원의 영혼을 원한다면 소신을 펼 수 있는 시스템과 분위기부터 만들어줘야 할겁니다.

3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공무원의 영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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