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통일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비핵화, 비관과 낙관 사이

등록 2018.04.23 21:47

수정 2018.04.24 13:47

지난 2008년 6월 북한 영변의 원자로 냉각탑이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습니다.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전파를 탔고 현장을 지켜본 성 김 당시 미 국무부 과장은 활짝 웃으며 북한 인사와 악수를 나눴습니다.

하지만 정작 워싱턴의 반응은 시들했습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냉각탑 폭파는 핵 불능화가 아니라고 했고, 부시 대통령은 "핵 폐기 절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그 의미를 깎아 내렸습니다.

결국 1년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전 세계를 상대로 냉각탑 폭파 쇼를 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북한이 원자로를 재가동해 2차 핵실험을 강행한 겁니다. 북한의 이번 핵 실험장 폐기 선언에서 10년 전 영변 냉각탑 폭파 쇼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정작 가장 중요한 비핵화나 핵 폐기 선언은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핵 포기가 아니라 반대로 핵 보유국을 선언한 거란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결정은 그 자체만으로 평가할 만 합니다. 핵 폐기로 가기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을 내디딘 건 분명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나친 낙관도, 지나친 비관도 위험한 건 마찬가집니다. 워낙 예측 불가능한 북한입니다. 북한은 1985년 핵확산 금지조약에 가입한 이래,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 미북 제네바 합의, 6자회담 공동성명, 영변 불능화 합의, 2012년 미북 합의까지 굵직한 약속만 여섯 차례 했습니다. 한 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쁘지만,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라고 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일곱 번째로 속지 않으려면 끝까지 느슨해져선 안 됩니다. 김정은을 대화로 이끌어낸 결정적 요인이 대북 제재였듯,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방법도 일관되게 견고한 대북 압박입니다.

4월 23일 앵커의 시선은 '비핵화, 비관과 낙관 사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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