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셀카의 욕망

등록 2018.06.06 21:46

수정 2018.06.06 21:51

'셀카' 즉 셀프 카메라에 정신이 팔린 사람들이 넘어지고 떨어지고 다치는 장면들입니다… 요즘 인류가 푹 빠져 있는 재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셀카를 찍어 SNS에 올리는 겁니다. 그래서 셀카 찍는 인간, '호모 셀피쿠스(Homo Selficus)'라는 말까지 나왔지요. 그런데 아무리 셀카가 좋아도 삼가야 할 때와 장소가 있습니다.

지난해 불타는 런던 서민아파트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사람입니다. 타고 남은 아파트엔 경고문이 내걸렸습니다. "여기는 관광지가 아닙니다. 셀카를 찍지 마세요." 애도는커녕 참혹한 현장 앞에서 셀카 찍는 사람들을 보다못해 이웃 주민들이 붙인 겁니다.

심지어 모든 승객이 산소마스크를 쓴 채 비상 착륙하는 비행기 안에서도, 활주로 한쪽에 처박힌 비행기 앞에서도 사람들은 셀카를 찍습니다. 브라질 경찰들은 검거한 마약조직 두목과 함께 웃으며 찍은 셀카를 SNS에 올려 분노를 샀습니다.

그리고 며칠 전 공개된 이 사진은 갈 데까지 간 우리 사회 셀카 병리 현상의 결정판입니다. 이탈리아 한 철도역, 열차에 치인 할머니를 응급 처치하는, 그야말로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긴박한 순간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셀카를 찍습니다. 그것도 승리의 브이 사인을 그리면서 말이지요. 이 남자를 찍은 사진작가는 이렇게 한탄했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야만성, 비극 앞에서 셀카 찍기… 우리는 도덕성을 완전히 잃어가고 있다"고.

언론도 "인터넷에서 자라난 암" "영혼과 인격을 망각한 로봇"이라고 했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셀카가 부족한 자신감의 반영이라고 봅니다. '내가 거기에 있었다'는 존재 증명을 끊임없이 하면서 사이버 세상에서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타인의 영혼에 상처를 남기는 그런 셀카에 담긴 것은, 섬처럼 파편처럼 하나씩 흩어져 사는 사람들의 쓸쓸함뿐입니다. 허망한 자기애(自己愛), 'SNS 나르시시즘'입니다. 이러다 금연구역처럼 '셀카 금지구역'이 생길지도 모를 일입니다.

6월 6일 앵커의 시선은 '셀카의 욕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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