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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트럼프 리스크

등록 2018.07.18 21:45

수정 2018.07.18 22:29

2007년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독일 메르켈 총리의 정상회담 자리에 시커멓고 큰 개가 어슬렁거립니다. 메르켈은 겁을 먹은 듯 굳은 표정으로 개를 곁눈질합니다. 어릴 적 개에 물린 경험이 있어서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이지요. 서방 언론은 푸틴이 회담 주도권을 잡으려고 애견을 풀어놓았다고 했습니다. 몇 달 뒤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푸틴과 오찬회동을 한 뒤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다소 흐트러진 모습으로 숨을 가쁘게 쉬고 실실 웃습니다. 술을 못하는 사르코지에게 푸틴이 일부러 보드카를 권했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푸틴의 상습적인 지각도 기선을 제압하려는 수법이라고 합니다만, 어제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에서는 트럼프도 일부러 지각해 피장파장이 됐습니다. 그런데 회담 후 공동회견에서 승패가 확실하게 갈렸습니다.

트럼프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푸틴은 부인했고 미국 정보기관들은 맞다고 한다. 누구를 믿느냐) "러시아는 그렇게 할 이유가 없다"

반면 푸틴은 냉정했습니다.

푸틴
"트럼프가 나를 믿고 내가 트럼프를 믿는다는 게 무슨 말인가.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을, 나는 러시아의 이익을 대변한다"

지금 미국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 진영이 러시아와 내통을 했다는 의혹에 대한 특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 앞에서 러시아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다니요. 미국이 발칵 뒤집힌 건 어쩌면 당연할 일일 겁니다. 민주당 공화당 가리지 않고 '수치스럽다" "국민을 모독했다"” 심지어 "반역적"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친트럼프 매체 폭스뉴스마저 "구역질 난다"고 할 정도입니다.

후폭풍이 커지자 트럼프는 말실수였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미 의회가 미-러 정상회담은 물론 미북 정상회담까지 곧 청문회를 열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트럼프는 엊그제 "미국의 최대 적은 유럽연합"이라고 했습니다. "단숨에 일괄타결 하겠다"던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는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적과 친구가 뒤죽박죽인 트럼프식 외교와 무역전쟁에 세계가 뒤숭숭합니다. 동맹국 미국과 발을 맞춰 비핵화를 이뤄내야 할 우리로선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놓고 치밀하게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7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트럼프 리스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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