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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느 본말전도

등록 2018.08.02 20:39

수정 2018.08.02 21:47

10여년 전 어느 미국 기자가 1년 동안 중국제품 없이 살아봤더니 당장 집안이 엉망이 돼버렸습니다. 칫솔 전구 인형 쥐덫부터 잉크 떨어진 프린터, 칼날이 나간 믹서, 크리스마스 장식품까지 중국산의 대안을 찾기 힘들었습니다. 1년 뒤 그녀는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우리의 삶은 이미 중국산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미 국방부가 중국산 군용 베레모 60만개를 폐기한 게 17년 전입니다. 10년 전에는 90%가 중국산인 성조기를 군부대만이라도 미국산으로 바꿨습니다.

우리 국방부도 국산의 9분의 1 값인 중국산 태극기를 납품 받다가 4년 전 국산으로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태극기도 성조기도 중국산이 점령한 현실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애국심으로도 어쩔 수 없는 것이 시장 원리입니다.

우리 중소기업 상품만 판매하는 공영 홈쇼핑채널이 앞으로 백퍼센트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만 팔겠다고 밝혔습니다. 주문자 상표를 붙이는 OEM을 포함해 모든 해외생산 상품을 다루지 않겠다는 겁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인 공영홈쇼핑은 공장 해외 이전을 막고 일자리 감소를 최소화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중소기업들의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결정이라는 반응이 많습니다. 중소 의류, 가전, 주방용품은 국내 생산이 거의 끊겨 OEM으로 명맥을 잇고 있는데 그나마 중요한 판로를 끊어버리는 건 또 하나의 중소기업 죽이기라는 겁니다.

지난해 중소기업이 해외에 지은 공장은 1880개로 5년 새 60%나 늘어났습니다. 국내 인건비로는 원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라고들 말합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까지 겹쳐 더는 못 버틴다고 하는 상황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라면 중소기업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살피고 고통에 귀 기울여 대책을 찾아야 하겠지요. 해외이전을 막으려고 홈쇼핑 판매를 제한한다는 발상을 보며 '신발 신고 발바닥 긁기'라는 옛말이 떠오릅니다.

8월 2일 앵커의 시선은 '어느 본말전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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