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말이 마차를 끈다

등록 2018.10.05 21:44

수정 2018.10.05 21:54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1년 5개월이 지나 이런 말을 했습니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와 지지층에서 "재벌에 굴복했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저항이 강해서 아무런 개혁을 할 수 없다'는 자조적 표현이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당시 회의 녹취록을 보면 둘 다 아닙니다.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이 시장에서 비롯된다. 시장의 여러 경쟁과 협상에 의해 결정된다. 지금 현실은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대기업 덕분에 국민은 미래에 믿음을 갖는다"고도 했습니다. 시장경제의 원리와 기업의 역할을 말한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였던 겁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 1년 5개월 만에 "기업이 일자리를 만든다"고 했습니다. 매우 당연한 얘기인데 언론에서 큰 뉴스로 다뤄졌습니다. 정부 주도로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끌겠다는 그간의 정책과는 결이 다른 발언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마차로 말을 끌겠다는 발상이라는 학계 비판대로,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세금 수십조원을 쏟아붓고도 수렁에 빠져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경제부총리가 엊그제 국회에서 고용상황을 사과하면서 "가슴에 숯검댕을 안고 있다"고 했을까요. 대통령은 경제현장 곳곳에 붉은 깃발처럼 나부끼는 규제를 없애자고 외쳐왔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나서 통과를 요청했던 인터넷 전문은행 특례법부터가 "재벌에 굴복하는 것"이라는 여당 반발과 참여연대 시위에 가로막혔습니다.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당연하고도 올바른 것이지만 이 역시 정책 전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공허한 얘기일 뿐입니다. 기업의 투자 의지를 북돋우려면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핵심 지지층을 설득하는 지도력이 절실합니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책임은 결국 정치가 진다는 사실입니다. 10월 5일 앵커의 시선은 '말이 마차를 끈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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