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비판 기사에 붙인 매국 딱지

등록 2019.03.18 21:46

수정 2019.03.18 21:52

"여러분은 아첨꾼이 돼서는 안됩니다. 회의론자여야 합니다. 저에게 거칠게 질문해야 합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마지막 백악관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입니다. 그는 여러분의 기사가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결코 아니라면서도 언론 덕분에 더 정직하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막강한 권력을 지닌 우리에게 여러분이 비판적 시선을 던져야 우리도 국민에게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4년 외신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일본 산케이신문의 박근혜 대통령 보도와 평소 논조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보도와 논조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정치권력이 개입해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결코 옳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외신기자들 앞에서 천명했습니다. "(누가 집권하든) 이것(언론자유)은 우리가 갈 대원칙입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외신기자클럽은 대한민국 집권당이 "언론을 통제하고 언론자유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고 한 블룸버그통신 기사에 대한 민주당 논평이 기자의 신변 안전에 큰 위협을 가했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미 반년 전에 나온 기사를 문제 삼아 작성 기자의 실명과 경력을 거론했습니다.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 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자는 블룸버그통신을 대표해 한국에서 취재 활동을 하고 있고 기사의 주제와 방향, 제목도 본국 편집진과 상의해 정합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문 대통령에 대한 이 비판이 워싱턴과 유엔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외신기자클럽 초대 회장 황경춘씨는 1970년대 중앙정보부에 불려가 이런 협박을 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기자이기 앞서 조국에 충성하라. 한국에 살고 싶으면 시키는대로 해라…"

물론 그 시대의 밀실 협박은 아닙니다만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외신기자들이 우려한 대로 지금 인터넷에서는 기사를 쓴 블룸버그 통신 기자에 대한 갖가지 비난과 협박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일들이 21세기, 소득 3만달러를 넘어 선 선진국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지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3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비판 기사에 붙인 매국 딱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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