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청와대 대변인의 재테크

등록 2019.03.29 21:46

수정 2019.03.29 22:58

서정주 시인이 밤새워 글을 쓰다 찬술로 목을 축이며 넋두리합니다.

"한 수에 오만원짜리 회갑 시 써달라던, 그 부자집 마누라 새삼스레 그리워라. 그런 마누라 한 열대여섯 명 줄지어 왔으면 싶어라…"

가난한 시인의 순진한 공상에 절로 미소가 떠오릅니다. 요즘 같으면 복권으로 팔자 고칠 상상을 했을 텐데 말입니다.

"자동차를 바꾸고, 아내도… 아니 아내는 이쁜 두 딸을 낳아줬으니, 좀 더 생각해볼 것이다. 물론 시는 쓰지 않을 것이다"

시인은 로또에 당첨되면 뭘 할까 궁리하다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내가 부자가 되면, 화초에 물은 누가 줄 것이며 잡초는 어떻게 하고… 안 되겠다. 로또를 포기하기로 했다"

은행에서 10억 원을 빌린다, 서울 노른자위 재개발지역의 작은 이층 건물을 25억 원에 산다, 재개발되고 나면 아파트 두 채와 상가가 생긴다. 은행 빚 몇 천 만원 얻기도 하늘에 별따기인 서민들에겐 꿈에서나 그려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청와대 대변인은 재임 반 년 만에 로또 당첨 같은 재테크를 현실로 일궈냈고, 결국 그것 때문에 사퇴했습니다.

그는 기자 시절 이런 칼럼을 썼습니다.

"누구는 아파트값이 몇 배로 뛰며 돈방석에 앉고… 가진 자, 힘 있는 자들이 휘젓고 다니는 초원에서 초식동물로 살아가야 하는 비애는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낳게 한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융단폭격처럼 쏟아져도 국민이 초식동물처럼 순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부동산 투기가 잡혀 공정한 내 집 마련 기회가 열리기를 기대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국민들이 청와대 대변인의 대담하고 절묘한 부동산 굴리기를 보며 느꼈을 비애를 그의 예전 칼럼에서 그대로 봅니다.

그가 까칠한 대변인이라고 자처한 사퇴의 변을 읽으면서 '우리는 유전자가 다르다'고 했던 그의 공식 논평을 어쩔수 없이 다시 떠올립니다. 도덕성은 타고나는 것도, 누가 독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3월 29일 앵커의 시선은 '청와대 대변인의 재테크'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