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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청년 윤창호가 남긴 것

등록 2019.06.24 21:50

수정 2019.06.24 22:10

계곡에 낚싯줄을 던지는, 이 아름다운 플라이낚시로 이름난 영화지요. '흐르는 강물처럼'은 백년 전 미국 산골마을의 삶과 사랑을 수채화처럼 그렸습니다. 하지만 음주-흡연 장면이 유난히 많은 게 흠이었지요.

"폭탄주 둘 주세요…"

주인공 형제는 술을 마신 뒤 술병을 든 채 차에 올라 태연하게 음주운전을 합니다. 요즘 같으면 둘 다 무사하지 못할 범죄지만 1970년대까지는 미국도 음주운전에 느슨했습니다.

그러던 1980년 한 주부가 만취 운전자에게 열세 살 딸을 잃었습니다. 그녀는 마냥 슬픔에 빠져 있지 않았습니다. '음주운전에 반대하는 어머니들' 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강력한 법 제정에 앞장섰습니다. 이 단체는 6백여 지부와 3백만 회원을 거느리며 미국을 음주운전에 엄격한 대표적인 나라로 이끌었습니다.

'제2 윤창호법'으로 불리는 개정 도로교통법이 오늘 밤 발효돼 소주 한 잔만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도 처벌받게 됐습니다. 청년 윤창호가 만취운전자에게 쓰러진 지 아홉 달 만에 모두가 피부로 느끼는 변화가 시작되는 겁니다. 이번만큼은 음주운전을 보는 우리 사회 시각이 완전히 바뀌기를 하늘나라의 윤창호도 바라고 있을 겁니다.

작년 말 음주운전 범죄의 형량을 높인 1차 윤창호법이 시행되자 음주운전 단속과 사고 건수가 잠시 줄었습니다. 하지만 금세 시행 전 수준으로 돌아가 버렸고, 오히려 더 늘어난 지역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 이면에는 우리 특유의 술 문화가 단단히 버티고 있습니다. 

어느 시인이 술에 취해 수첩에 뭐라고 써놓았는데, 술이 깨니까 알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습니다."

물론 모든 것이 한꺼번에 변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술 권하는 사회, 술에 관대한 풍조가 달라질 수 있다면 한 젊음의 희생도 결코 헛되지 않을 겁니다.

6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쳥년 윤창호가 남긴 것'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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