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뉴스9

[현장추적] 쓰레기장·공포체험장 된 폐교…390여곳 '방치'

등록 2019.11.27 21:34

수정 2019.11.27 23:17

[앵커]
앞서 보신 저출산은 학생수 감소, 그리고 폐교 증가로 이어집니다. 일부 학교는 매각을 통해 재활용이 추진되지만, 쓰레기장으로, 우범지대로 변해 골칫거리인 곳도 전국적으로 390여 곳에 달합니다. 저출산으로 매년 폐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대책이 시급합니다.

현장 추적, 차순우 기자입니다.

 

[리포트]
굳게 닫힌 문과 녹슨 자물쇠. 건물을 타고오른 덩굴과 거미줄. 그리고 버려진 동상. 힘없이 떨어지는 외벽이 음산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건물이 상당히 낡았네…"

공포 영화 세트 같은 이곳은 지난 2009년 문을 닫은 전남의 한 폐교입니다.

"건물이 오랫동안 방치되다 보니 외벽은 이렇게 곳곳에 금이 가 있고, 심지어 건물 외벽에 구멍이 뚫려 안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폐교 인근 주민
"아기를 안 낳아 버려, 그러더니 그냥 폐교가 돼버려…"

경남 하동의 또 다른 폐교. 세워진 지 100년이 넘은 이곳은 운치 있는 교정으로 유명했지만, 13년째 방치되면서 우범 지대가 됐습니다.

폐교 인근 주민
"학교 유리창을 다 깨놨다 그러는 거야. 그래서 들어가서 보니까 진짜 엉망으로 해놨어. 술병에 뭐야…" 

이처럼 방치된 폐교가 전국 395곳에 달합니다.

일부 폐교는 재활용을 시도했지만 오히려 엉망이 되기도 했습니다. 민간에 임대한 경남의 한 폐교는 사실상 폐기물 처리장이 됐습니다.

"(버려도 되는 거예요?) 회사에서 빌려 가지고…"

교실엔 누군가 버리고 간 톱밥과 먼지만 수북합니다.

폐교 인근 주민
"조각가 라는 사람이 하나 와서 온 교실을 어질러 놓고…"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면서 지금까지 문을 닫은 학교는 전국에 3,700여 곳. 매년 평균 34곳의 학교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이들 상당수는 숙박시설과 연수원, 카페 등으로 재활용되지만 여전히 계획 없이 방치된 곳도 많은 게 현실. 수년째 방치된 폐교에선 사망 사고도 발생했습니다. 

"으스스한데요."

실제 이곳에선 3년 전 공포 체험을 하던 30대 남성이 저수조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지금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보시는 것처럼 곳곳에 높은 펜스가 세워졌습니다.

관리 주체인 교육청은 폐교 활용에 대한 의견 수렴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지방 교육청 관계자
"학구 주민이나 동창회, 인근 주민 의견을 취합해서 어느 정도 찬성이 돼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반대가 심해요."

전문가들은 폐교를 지역 재생 사업의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영한 / 서울과학기술대 건축학과 교수
"행정에서 하는 거 보면, 다 끝내 놓고 난 다음에 주민참여를 시키니까, 의사결정과정에서 주민 참여가 중요하고…"

매일 텅 빈 학교를 바라보는 주민들의 공허함은 더욱 커집니다.

폐교 인근 주민
"(빈 학교를 보면)허전하죠. 뭐, 꿈만 같고…"

현장 추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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