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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훈 앵커가 고른 한마디] '재인이 형!'

등록 2019.12.08 19:45

수정 2019.12.08 21:18

영화 '형'은 췌장암에 걸린 사기꾼 형과 시각장애인 동생이 진짜 형제가 돼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니가 홍길동이야? 형을 형이라고 부르지 못하게?"

어긋난 핏줄이었지만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서야 동생은 결국 형이라는 호칭을 아프게 꺼냅니다.

사실 형이라는 말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하지만 요즘 정치권에선 씁쓰름한 단어가 됐죠.

비리혐의로 구속된 유재수 전 부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사실 거물 정치인을 형으로 부르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윤상현 의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누나라고 불렀다는 보도에 놀란 것도 그래서입니다.

유 전 부시장은 문 대통령 측근인 이호철 전 비서관도 형이라고 불렀답니다.

이런 형들이 없었다면 청와대 감찰을 피해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할 수 있었을 지 궁금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 불공정의 상징이라고 한 건 선을 넘었습니다.

이해찬 / 더불어민주당 대표
"(검찰이) 정치적 수사, 자의적 수사를 반복하면서 불공정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비리 혐의가 소명돼 구속된 유 전 부시장의 감찰은 덮고, 감찰 대상도 아닌 울산시장을 선거철에 수사하게 만든 의혹이야 말로 누가 봐도 불공정한 일입니다. 두 사건 모두 대통령과 형 동생한다는 관계가 핵심입니다.

문 대통령을 형으로 불렀다는 유 전 부시장, 그리고 문 대통령이 유일하게 형으로 불렀다는 송철호 울산시장.

송철호 / 울산시장 (지난해 6월 선거유세)
"(문 대통령이) 유일하게 형이라고 호칭하는 사람 저 하나뿐입니다."

무엇보다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 될 수도 있어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합니다.

권력을 쥐었다고 상대를 요란하게 수사해서 낙선시키는 건 독재시대 때도 흔치 않았던 일이니까요.

검찰은 이번 사건에 의혹이 남지 않는 수사결과를 내놔야 할 겁니다. 

형이라는 단어가 오염시킨 대한민국 정치의 뒷풍경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공정함을 기대했던 우리를 더 참담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재인이 형!'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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