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거꾸로 가는 한국 정치

등록 2019.12.13 21:47

수정 2019.12.13 21:55

달콤한 영국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서 독신 총리 휴 그랜트가 여비서 집을 찾아갑니다.

"당신을 두고 가면 정말 슬플 거예요…"

사랑을 고백하고 키스하는 두 사람… 여비서는 퍼스트 레이디 아닌, 퍼스트 걸프렌드가 됩니다.

이 새로운 호칭은 지난 7월 여자친구와 함께 사는 존슨 총리가 취임하면서 현실이 됐습니다. 그런데 2년 앞서 '퍼스트 보이프렌드'라는 호칭을 탄생시킨 국가 지도자가 있습니다. 서른일곱 살에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에 오른 아던 뉴질랜드 총리입니다.

그는 남자친구와 사이에 '퍼스트 베이비'를 낳으면서 6주 출산휴가를 갔습니다. 양육을 맡아 아기를 안은 퍼스트 보이프렌드와 함께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저귀 외교'라는 신조어도 낳았습니다. 이슬람 사원 테러가 터졌을 때는 히잡을 쓰고 유족을 안아주며 세계를 감동시켰습니다. 뉴질랜드에서는 그의 이름을 딴 '저신다 마니아' 열풍이 불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갖고 있던 최연소 여성 총리 기록을 서른네 살의 마린 핀란드 총리가 깨뜨렸습니다. 남녀 통틀어서는 쿠르츠 전 오스트리아 총리의 서른한 살에 이은 2위 기록입니다. 마린 총리는 첫 내각도 파격적으로 꾸몄습니다. 장관 열아홉 명 중에 열두 명을 여성으로 채웠고, 경제 교육 내무 같은 주요 장관을 모두 30대로 지명했습니다. 마린 총리 포함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다섯 정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고 네 명이 30대라는 소식도 놀랍습니다.

핀란드, 뉴질랜드만이 아닙니다. 얼핏 꼽아도 유럽을 중심으로 삼사십대 지도자가 이렇게나 많습니다. 여성 돌풍을 넘어 젊음이 일으키는 지진, 유스퀘이크가 세계 정치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가치와 사고방식이 격변하는 시대에, 낡고 늙은 기성 정치체제가 무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현실이 모든 것을 상징합니다. 국가서열 2위이자 삼권분립의 한 축 국회의장을 지낸 분이 행정부 수반 대통령의 밑으로 들어간다는 얘깁니다.

물론 연륜과 경륜도 중요하지만 이건 정말 아닌 겁니다. 이렇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돌려 막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우리 정치는 고인 물에서 결국 썩는 물로 가고 말 겁니다.

12월 13일 앵커의 시선은 '거꾸로 가는 한국 정치' 였습니다.

 


관련기사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