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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추적] 軍 떠나 고통받는 접경지 마을…"종일 담배 4갑 팔았수"

등록 2019.12.18 21:30

수정 2019.12.18 21:37

[앵커]
정부의 '국방개혁'으로 군부대 해체와 이전이 진행 중입니다. 때문에 접경지역의 경우, 군인 수만 명이 빠져나가면서 부대 인근에는 노는 땅이 늘고 있고, 개점휴업 상태인 상점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학교도 존폐 위기에 놓일 정도인데요. 지역민들은 상생방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장혁수 기자가 현장추적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연천의 한 군부대. 위병소는 비었고 정문은 열린 채 방치됐습니다. 병사 생활관과 PX는 깨진 유리창, 폐자재 등으로 어지럽습니다.

"여기 벽지같은 것도 다 뜯어졌네요."

누군가 들어와 술을 마셨는지 깨진 소주병도 보입니다.

이 공병부대가 다른 부대와 합쳐지면서 이 땅도 줄곧 방치돼 왔습니다. 부대가 이전한 지 5년이 지났지만 마땅한 활용방안은 없는 상태입니다.

인근 주민
"산에 오는 사람들이 건물 있으니까 쉬어가고, 밥 먹고 가고 이러더라고."

3년 뒤 27사단 해체가 예정된 강원도 화천 시내. 군인이 북적이던 치킨집, 이발소 등이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상인들이 살길을 찾아 떠나면서 그나마 남은 가게도 휴업 중입니다.

김종섭 / 강원 화천군
"중화요리집이 제일 잘 된다… 그것도 없더라고. 나도 당분간 쉬고, 6~7달 됐어요."

정부의 국방개혁 2.0 일환으로 접경지역 군부대가 속속 이전·해체하면서 부대 인근 주민들이 고충을 호소합니다.

병력을 줄이고 전력을 기계화하면서 2053개 부대 중 602개를 개편했는데 화천과 양양, 고성, 철원 등 전방에 해체-재배치 대상이 몰렸습니다.

이로 인해 떠나갈 병력 규모는 강원 접경지역만 2만5900여 명 수준. 군대와 공존하던 주민들은 막막한 생계는 물론, 마을 존폐까지 걱정하며 밤잠을 설칩니다.

이해복 / 화천군 사내면 상가번영위원회장
"상가가 침체해서 반은 줄은 것 같고, 인원도 줄고… 학교도 폐업되는 학교가 좀 있을 겁니다."

군부대가 떠나고 남은 유휴지는 활용대책 없이 방치돼 또 다른 문제입니다. 군 유휴지는 강원·경기 지역에만 1690만 제곱미터가 넘습니다.

3년 전 해체된 춘천 102보충대 부지 일부에 동물보호센터를 짓는 등 일부 재활용 계획이 마련됐지만, 기대는 크지 않습니다.

이원찬 / 강원 춘천시
"크게 나아질 것도 없을 것 같아요. 두고 봐야 아는데…."

참다 못한 강원 접경지 주민들은 청와대와 국방부로 올라와 집회를 벌였습니다.

"(접경지역주민 피해를 보상하라!) 보상하라! 보상하라!"

전문가들은 군 개혁도 중요하지만 지역민과의 상생 방안도 체계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범수 / 강원연구원 통일·북방연구센터장
"군이 주둔하고 있는 세력만 갖고는 좋은 환경을 만들 수 없는 시대로 가고 있기 때문에 결국 주민과의 협력, 주민과의 상생이…."

군 부대가 있을 땐 불편과 위험을 참고 살았던 접경지역 주민들. 하루 아침에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합니다.

이원찬 / 강원 춘천시
"하루에 손님이라고 그럴 게 없어요. 담배 네댓 갑 팔면 그만이야."

현장추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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