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직도 이런 일이

등록 2020.01.28 21:47

수정 2020.01.28 21:52

"사실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 상식화돼 가는 그런 모습이 많습니다. 주변에… 오늘 비상식적인 일이 또 한 번 벌어졌더군요…"

김광석은 1995년 생애 마지막 공연을 하다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을 들었습니다. 

"9백명이 깔려 있다고. 네, 술렁거리시네…"

그는 "많이들 안 다쳤으면 좋겠다"며 예정에 없던 노래 한 곡을 꺼내 들었습니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시작하겠습니다…"

거꾸로 뒤집힌 세상을 풍자하는 이 노래는 원래 밥 딜런의 사랑 노래였습니다. 그걸 1970년대 포크가수 양병집이 '거꾸로' 역(逆)자를 제목으로 붙여 번안했고, 김광석이 다시 제목을 바꿔 부른 것이지요. 비행기가 물속으로 가고 돛단배가 하늘을 날고, 포수가 잉어를 잡고 낚시꾼이 참새를 낚고… 그렇게 상식이 뒤집힌 사고는 2020년에도 어김없이 터졌습니다.

불법 영업을 하면서 소방점검도 거부한 펜션 주인이 직접 주방 가스공사를 했다가 설날 폭발해 일가족이 참변을 당했습니다. 동해시는 숙박시설 허가도 안 내준 펜션을 5년이나 추천 숙소로 홍보해왔고, 소방서로부터 불법 통보를 받고도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강릉 펜션 가스누출 사고로 꽃다운 고3 소년들이 화를 당한 지가 1년 조금 넘었습니다. 그때도 무자격자가 보일러를 잘못 설치해 참극이 빚어졌고, 전국 펜션을 모두 점검한다며 야단이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거기에다 이번엔 행정당국과 공무원의 무사안일 무책임이 단단히 가세했습니다.

인재(人災) 중에서도 관재(官災)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이제 먹고 살만 하다고 해서,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에서 터지는 어이없는 사고에 혀를 찹니다. 하지만 낚싯배와 급유선이 서로 알아서 비켜가겠거니 하다 충돌하고, 불이 난 사우나에 방화문도 없고 스프링클러도 안 돌고 비상구도 막힌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그때마다 우리는 부끄러워하고 다짐하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맙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정부가 국민의 울타리, 우산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인재라는 말, 더 이상 안 쓰고 안 듣고 싶습니다만 물구나무를 선 세상에서는 헛된 꿈인 것 같습니다.

1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아직도 이런 일이'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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