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나도 고발하라

등록 2020.02.14 21:49

수정 2020.02.14 22:47

시인이, 길바닥을 온몸으로 기며 구걸하는 걸인을 봅니다. 그런데 비가 오자 벌떡 일어나 멀쩡하게 걸어갑니다. 그 모습에서 시인은 정치인들을 떠올립니다. 선거철만 되면 머리가 땅에 닿도록 굽신대며 표를 구걸하고, 머습입네 하며 간까지 빼줄 듯하는 정치인 말입니다. 

그런데 선거 끝나면 어떻게 되더냐고 시인은 묻습니다.

"배를 깔고 바닥을 기다 멀쩡하게 일어나는 걸인의 기적과, 숙였던 고개와 바닥에 깔았던 신분을 벌떡 일으켜 세우고, 거만한 지배자가 되는 정치인의 기적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도덕적인가…"

민주당이 정권에 비판적 칼럼을 쓴 진보성향 학자와 경향신문 담당자를 검찰에 고발했다가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곧바로 철회했습니다. 무슨 칼럼이기에 이런 해프닝을 벌였는지… 몇 대목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 촛불집회의 성과로 국민들은 유사 이래 처음 정치권력에 대해 상전 노릇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정당과 정치권력이 다시 상전이 됐다. 많은 사람의 열정이 정권 유지에 동원되고 있다…"

그렇기에 칼럼은 "달콤한 공약이 배신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하고, 선거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게 하려면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주장합니다. 진보 학자답게 칼럼 필자는 재벌개혁과 노동여건 개선을 주장했습니다만 선거 후 거만한 지배자가 돼버린 정권의 행태는 뼈아프게 지적했습니다.

칼럼 고발을 두고 진보 인사들 사이에 이어진 "나도 고발하라"는 외침도 유난히 크게 들립니다. 진보진영의 정권 비판이 조국사태, 청와대 의혹, 법무장관 행보를 지켜보면서 갈수록 커가는 것도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대표 경선 때 20년 집권론을 내걸었다가 취임 후엔 "대통령 열 명은 더 당선시켜야 한다"며 50년 집권론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는 "총선 압승을 기반으로 백년을 전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생각이라면 칼럼 내용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제 총선까지 달콤한 선심정책이 쏟아지리라는 것은 안 봐도 환한 일입니다. 선거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집착과 질주가 시작됐음을 칼럼 고발 해프닝에서 실감합니다.

2월 14일 앵커의 시선은 '나도 고발하라'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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