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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배신과 진실

등록 2020.05.21 21:49

수정 2020.05.21 22:06

"솔 캠벨, 유다야. 네가 왜 XX인지 알고 싶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토트넘 응원단이 부르는 '유다 송' 입니다. '유다'라는 손팻말도 흔듭니다. 토트넘에서 뛰다 하필 숙적 아스널로 이적한 간판 수비수 솔 캠벨을 배반자 유다라고 야유하는 겁니다.

단테의 '신곡'에서 배신은 가장 큰 죄악입니다. 예수를 배반한 유다와, 시저를 찌른 브루투스가 지옥 맨 밑바닥에 갇혀 신음하지요. 하지만 현실에서는 배신자보다 배신당한 자의 고통이 더 크기 마련입니다. 시인은 '문이 길이고, 벽은 길을 막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완강하게 빗장 채워진 문이 길을 막고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난해한 시입니다만, 시인이 몸 바쳤던 시민운동에 대한 환멸을 토로한다는 해석이 많습니다. 욕심에 한눈 파는 배신자들 때문에 길이 밤처럼 어둡고 멀다는 것이지요.

이용수 할머니가 윤미향 당선인에게 오는 25일 자신의 기자회견에 참석하라고 요구했다고 합니다. "배신자와 배신당한 사람이 같은 자리에 있어야 옳고 그름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대질심문하듯 쟁점들을 한번 털어놓고 따져보자는 뜻이겠지요. 배신당한 참담함과 분노, 단호한 의지가 느껴집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그들이 사죄하고 배상하라는 소리만 했지, 역사를 제대로 교육 시킨 적이 없다"고도 했습니다. 윤 당선인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이 일은 법대로 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아직은 좀 더 기다릴 때라는게 공식 입장입니다. 그런가 하면 김태년 원내대표는 "윤 당선인은 국민이 선출한 분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부동산 투기의혹이 불거진 양정숙 당선인은 곧바로 제명 고발했던 것과 많이 다릅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윤 당선인의 해명이 신뢰를 잃었는데 검증과 공천 책임을 갖고있는 민주당이 뒷짐을 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와 윤 당선인 사이 믿음이 무너졌듯, 많은 국민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걸었던 신뢰도 지금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 논란의 불길은 한국 사회 진전의 큰 축을 담당했던 시민 운동 전체의 문제로까지 옮겨붙고 있습니다.

당선인과 정의연 측은 여기서 밀리면 더 큰 불길이 덮쳐 올 거라 생각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장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어쩌면 가장 빠른 때 일수도 있습니다.

5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배신과 진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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