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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묏자리 논란'에 휘말린 '6·25 영웅' 백선엽의 마지막

등록 2020.05.30 19:24

[앵커]
올해 100세가 된 백선엽 장군이, 서울 현충원에 안장될 수 있느냐, 이 문제를 두고 때아닌 논란이 벌어졌지요. 6.25전쟁 때 대한민국을 구한 영웅으로 불리지만, 친일 논란도 있어 여야가 공방을 벌이는 건데요, 오늘은 전쟁 영웅 묏자리 논란에 오늘의 포커스를 맞춰습니다.

 

[리포트]
1950년,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로 기록된 낙동강 방어선의 다부동 전투. 최후의 저지선을 지켜내며 전투를 승리로 이끈 건 당시 29살, 백선엽 장군입니다.

백선엽(2013년)
"우리가 여기서 도망가면 어떡하느냐. 나를 따르라. 내가 구령을 할 테니 전진, 전진"

평양 전투와 중공군 춘계 공세에서도 활약하며 6.25전쟁 최고 영웅으로 인정받은 백 장군.

미8군사령부는 공을 인정해 지난 2013년 백 장군을 명예 사령관으로 임명했고,

백선엽(2013년)
"(과거 우리나라는) 초근목피의 나라입니다. 가난해서 세끼 밥을 제대로 못 먹는 그러한 국민이었습니다."

주한미군사령관은 직접 생일 축하까지 해줬습니다.

에이브럼스(2018년)
"연합사를 대표해 백 장군님의 생신을 축하하게 돼 영광입니다."

두 차례 무공훈장을 받은 백 장군은 국립묘지법 5조 따라 서울현충원이나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자격을 갖췄습니다.

하지만 서울현충원의 장군묘역에는 자리가 없어 국가유공자묘역에 묻히는 걸로 이야기가 진행돼 왔습니다. 하지만 현 정부들어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박삼득 / 국가보훈처장
"서울현충원 묘역은 만장 상태다. 오시면 그래서 대전으로 오실수 있지 않겠나 이런 거다."

여권 일각에서 친일파를 국립묘지에서 파묘하는 법까지 추진하는 과정에서 백 장군의 이름까지 거론돼 논란은 더 커졌습니다.

문제가 된 건 1943년부터 3년간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이력. 간도특설대는 김일성이 활약했던 동북항일연군 등과 전투를 벌인 단체입니다.

이 때문에 백 장군은 민족문제연구소가 펴낸 2009년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습니다.

백 장군은 "독립군과 싸운 적이 없고, 중국 공산당 부대인 팔로군 토벌에만 참여했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정치권도 여야로 나뉘어 다투고 있습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친일파의 파묘가 필요하다"며 백 장군의 국립묘지행을 반대했고, 같은 당 김홍걸 의원은 "백선엽은 만주 간도특설대 출신"이란 글을 본인 SNS에 올렸습니다.

이에 맞서 무소속 윤상현 의원은 "백 장군이 국립묘지에 못 간 다는 건 넋나간 조치"라 했고, 원희룡 제주지사는 "백 장군님은 6.25의 이순신"이라고 했습니다.

백 장군 측은 전승을 거뒀던 다부동 기념관 쪽에 묻히는 방법까지 생각했지만, 까다로운 절차의 벽에 부딪히면서 지금은 법에 따르겠다며 체념한 상태로 전해집니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입니다. 전쟁 영웅의 마지막이 거친 이념 논쟁 속에 퇴색되는 건 아닌지.. 뉴스7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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