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로켓맨과 판당고

등록 2020.06.19 21:49

수정 2020.06.19 21:56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쓴 명곡 중에 가장 길고 웅장하며 난해한 '보헤미안 랩소디'입니다. 발라드 오페라 하드록을 종횡무진 버무리며 환희와 광기를 뿜어냅니다. 그중에 압권은, 모호한 가사가 뒤죽박죽 이어지는 이 오페라 파트지요. 첫머리에 스페인 춤 판당고가 등장합니다.

"광대야, 광대야. 판당고를 출 테냐…" "나는 로켓맨이야. 홀로 도화선에 불붙이는 로켓맨…"

팝스타 엘튼 존의 '로켓맨'은 지구를 그리워하는 우주비행사의 고독을 노래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미사일 놀음을 하던 김정은 위원장에게 별명으로 붙였던 그 '로켓맨'입니다.

두 노래는 각기 프레디 머큐리와 엘튼 존의 전기영화 제목이 된 표제곡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공통점이 생겼습니다. 볼턴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폭로한 트럼프식 대북 외교의 실상을 함축하는 키워드로 '판당고'와 '로켓맨'이 떠올랐습니다.

트럼프는 엘튼 존이 사인한 '로켓맨' CD를 김 위원장에게 선물하는 일에 몇 달을 집착했다고 합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평양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지도 못했는데 "CD를 전했느냐"고 물었다는 겁니다. 볼턴은 트럼프가 비핵화에는 관심이 없고 정상회담을 언론의 시선을 끄는 미디어 이벤트로만 여겼다고 했습니다.

볼턴은 또 미국의 대북 비핵화 외교가 '한국의 창작품'이라며 '판당고'라고 불렀습니다. 남녀가 구애하고 쫓아다니고, 약 올리고 달아나는 춤에 비유한 것이지요. 미국이 판당고에 놀아났다는 불만이 짙게 배 있습니다.

그래도 볼턴은 트럼프가 한 말 가운데 "신뢰 구축은 허튼소리"라고 한 것을, 북한에 관한 가장 똑똑한 말로 꼽았습니다. 결국 트럼프가 하노이 회담을 노딜로 걷어찬 건 이미 다 아시는 일입니다.

그리고 1년 4개월이 지났고, 초조한 북한이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그런데도 민주당에서는 벌써 "어게인 2018년"을 외쳤고 "이 기회에 평양과 서울에 연락사무소를 두자"는 말도 나왔습니다.

여기서 페달을 계속 밟지 않으면 넘어질지 모른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겁니다. 감정과 이성이 뒤죽박죽이 되어서는 북한에 이용만 당할 뿐 남북관계가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 다시 한번 입증됐습니다.

그런데도 앞으로 또다시 똑같은 전철을 밟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건 저만 그런 겁니까?

6월 19일 앵커의 시선은 '로켓맨과 판당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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