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답답합니다

등록 2020.07.09 21:51

수정 2020.07.09 21:57

푸른 광선에 쏘인 모기가 사그라지듯 떨어집니다. 30미터 밖에서 모기의 날개 진동을 추적한 감지기가 레이저를 발사한 겁니다. 빌 게이츠가 주도해 개발한 이 모기 레이저는 1초에 백 마리를 박멸합니다. 이름하여 '스타워즈'. 사뭇 유쾌한 과장법입니다.

'모기 보고 레이저 쏘기'가 아니라 '모기 보고 칼 빼기'라는 옛말이 있습니다. 창을 겨눠 풍차로 돌진한 돈키호테처럼, 작은 일에 지나치게 거창한 대응을 하는 것을 가리키지요.

"꼬투리를 잡고 늘어져라. 두들겨 패라…. 풍선처럼 부풀려서 터뜨려버려라… 말라비틀어지게 해서 거세해버려라…"

노벨상 수상 시인 옥타비오 파스의 역설적 시론입니다. 시를 쓰려면 사소한 언어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부풀리고 괴롭혀서 고사시켜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왠지 다른 어떤 일을 연상하게 됩니다.

추미애 장관의 수사 지휘를 윤석열 총장이 받아들이면서 일단 파국을 면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우선 윤 총장이 제안했던 독립수사본부는 법무부가 먼저 제의해 수용한 것이라는 대검 발표입니다. 그렇다면 추 장관은 왜 이 안을 거부한 것일까요.

장관 보좌진이 법무부 입장문 가안을 외부로 유출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이토록 민감한 시국에 확정되지도 않은 가안이 특정 그룹에 유출됐다면 그것 자체로서도 큰일입니다.

그런데 이 가안을 퍼뜨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오히려 유출 논란이 "기가 막히다"고 했습니다. 과연 누구의 기가 막힐 일인지 기가 막힙니다.

검찰청법에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하게 돼 있습니다.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려고 지휘 감독을 극히 제한한 조항을 추 장관은 사건 수사가 아니라 배당에 썼습니다. 한사코 수사를 맡기려 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잘 아시듯 친정부 성향이 강하다는 평가가 많지요.

2005년 강정구교수 사건 불구속 지휘를 받아들이고 사퇴했던 김종빈 전 총장도 "그때와 지금 상황은 다르다"고 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총장 지휘권 박탈은 위법이어서 윤 총장은 사퇴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추미애 장관과 여권의 최종 목표는 윤석열 총장이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윤총장의 침묵 속에서는 저급한 공격에 품위 있게 버티겠다는 결기가 느껴집니다.

이 싸움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누가 옳았는지 역사가 판단하는 데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7월 9일 앵커의 시선은 '답답합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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