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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등록 2020.08.18 21:50

수정 2020.08.18 22:05

히말라야에서 짐을 나르는 야크는 사람 사는 마을에 내려오면 끙끙 앓는다고 합니다. 사람은 높이 올라갈수록 고산증을 앓는데, 야크는 고도 3천미터 아래서 저산증에 시달리는 겁니다.

그런 야크를 보며 시인은 어지러운 세상에 살면서도 아프지 않은 자신이 부끄럽습니다.

"직장도 잘 다니고, 아부도 잘하고… 내가 병든 것이다."

뱃멀미와 정반대로 '상륙 멀미' 라는 것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육지에 오르면 발밑이 흔들리고 어지럽고 메스꺼운 증상을 보이는 겁니다.

배와 수상가옥에 사는 홍콩-동남아 수상족은 '땅 멀미'가 훨씬 심해서 육지의 삶에 적응하기 힘들 정도라고 합니다.

홍콩 정부가 바다 오염을 막으려고 수상족들에게 임대아파트를 거저 내주자, 몇 달 살아보고 배로 돌아갔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감염이 될 수 있다는 게 참 무서운 말인 것 같습니다"

수도권에 코로나가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당장 통제되지 않으면 감염 환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나 의료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는 위기라고 합니다.

그런 코로나 확산의 한복판에 한 교회가 있습니다. 확진자가 4백명을 넘기고도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이 8백명에 이릅니다.

담임 목사인 전광훈 목사는 행정명령을 어기며 예배와 행사를 계속했고 광화문 집회에서 연설까지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를 집회에 못나오게 하려고 바이러스를 교회에 갖다 부어버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교회 측도 "당국의 코로나 검진결과를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이단이라는 신천지의 방역 방해를 연상시키는 언행이고 성경의 어느 가르침에 이런 대목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소망하며 목회활동을 하고 있는 대다수 교회와 목자들의 자부심에 오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가 전문가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섣불리 긴장을 푼 것도 큰 화근이 됐습니다. 1차 대유행의 파도를 그나마 선방하며 넘을 수 있었던 것도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의 인내 덕분이었는데 정부가 잘해 그런 것처럼 우쭐했던 건 아닌지요?

그래서 최근 정부 당국자들의 자화자찬이 입바른 소리가 된 건 아닌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재앙과 난마처럼 헝클어진 현실 앞에서 어지럼증을 느낍니다.

세상이 흔들리는 것인지 아니면 제가 흔들려 멀미를 하고 있는 것인지조차 분간이 쉽지 않습니다. 당장은 어디에 숨는 것이 가장 안전한 것인지부터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8월 18일 앵커의 시선은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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