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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가벼운, 너무나도 가벼운

등록 2020.08.20 21:50

수정 2020.08.20 22:00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 간 북한 선수단 임원이 성추행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여자 어린이들이 귀엽다며 두 아이의 머리와 종아리를 쓰다듬었다가 체포된 겁니다. 그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뒤 법원 몰래 북한으로 도망쳤습니다. 지난해에는 뉴질랜드에 사는 중국 노인이 사내 아이의 성기를 만졌다가 합의금을 내고 석방됐습니다. 미국 교포 사회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합니다. 남의 아이 엉덩이를 토닥거렸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하지요. 의도가 무엇이었든 아이가 불편해하면 모두 성추행으로 처벌하는 겁니다.

국회 외교통일 위원장인 송영길 민주당 의원이 우리 외교관의 뉴질랜드 성추행 혐의와 관련해 "우리는 같은 남자끼리 배도 엉덩이도 한번씩 툭툭 친다"고 했습니다. 피해자가 키 백80센티미터 남성이라며 "문화 차이도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별것 아닌 생활문화라는 얘기처럼 들립니다만 실제로 그런지 한 가지 사례를 보겠습니다. 지난해 법원은 '장난'이라며 군대 후임의 엉덩이를 만진 선임병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지난달 양국 정상 통화에서 뉴질랜드 총리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건 해결을 촉구했습니다. 현지 여론이 얼마나 나빴으면 정상간 전화 통화에서 이런 말을 했겠습니까? 그런데 송 위원장은 뉴질랜드가 '오버'했다고 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 이 발언은 뉴질랜드에도 이미 전해졌을 겁니다. 뒤늦게 사과하긴 했습니다만 자신의 입이 나라의 품격을 얼마나 떨어뜨린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송 의원의 화려한 어록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북한이 남북 연락사무소를 폭파하자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했고 북한 상황을 백인 경찰에게 목이 눌려 질식사한 흑인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족보 없는 주한 유엔군사령부가 간섭 못하게 통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유엔사는 6·25때 작전권을 넘겨받아 피 흘려 대한민국을 지켰고, 정전협정에 따라 정전체제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힘이 없어 외국의 도움을 받았던 아픈 역사지만 그 역시 인정해야 할 족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이걸 부인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한다는 뜻으로 밖에는 해석할 길이 없습니다.

송 의원의 외교관 사건 발언이 '우리 편은 무조건 감싸고 본다'는 여권의 집단 사고 연장선에 있는 건 아니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이 숨지자 민주당이 내건 이 플래카드를 보면, 혹시라는 생각이 떨쳐지지가 않습니다.

8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가벼운, 너무나도 가벼운'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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