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김정은의 통치 스트레스

등록 2020.08.21 21:50

수정 2020.08.21 22:03

"눈물단지 가져오너라…"

종교영화의 고전이지요, '쿼바디스'에서 폭군 네로가 로마를 불태우고 신하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뒤 눈물을 짜냅니다.

"한 방울은 너를 위해, 한 방울은 나를 위해…"

네로는 불타는 로마를 보며 수금을 타고 즉흥시를 읊습니다.

"나는 불멸의 신과 같은 존재. 나는 네로, 저 불을 창조한…"

소심한 네로는 늘 반역을 두려워해 어머니와 아내, 스승 세네카까지 제거하며 파국으로 치달았지요. 정치 심리학자들은 독재자의 특성으로 자아도취와 공포불안, 편집증과 피해망상을 꼽습니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폐소공포증 때문에 외국 방문 때 천막을 치고 지냈습니다. 이라크 후세인은 끼니마다 여러 곳에 음식을 준비시켜 어떤 것을 먹을지 모르게 했습니다. 미얀마 군정지도자 탄 슈웨는 '이사를 해야 정권이 안 망한다'는 점술사 말에 수도를 정글 오지로 옮기기까지 했지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과 측근들에게 권한을 넘기는 방식으로 위임통치에 들 어갔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은 여전히 절대권력을 행사하고 있고, 후계자를 정한 것도 아니며, 건강도 문제가 없는 것 같다"는게 국정원의 판단입니다. 언뜻 앞뒤가 안 맞는, 알쏭달쏭한 소식이어서 그 배경에 더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지요. 북한은 '수령은 모든 것이 옳다'는 무오류에 근거해 삼대째 일인 지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위임통치라니요? 국정원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철권통치 9년 동안 '통치 스트레스'가 쌓였고, 정책 실패에 따른 주민 불만을 혼자 떠안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권력이란 커갈수록 문제가 쌓이고, 그럴수록 걱정도 두려움도 커가게 마련입니다. 그런 것을 통치 스트레스라고 한다면, 책임의 분산이 걱정을 더는 한 방편일 수 있을 겁니다. 아니면 이제는 권력이 굳건해서 조금 나눠도 문제없다는 자신감의 표현일 수도 있겠지요.

북한은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폐쇄적 통치 체제를 수십년 째 유지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형편이 매우 어렵다는 것, 그리고 권력 내부의 역학 관계에 뭔가 변화가 생긴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긴장, 또 긴장해야 할 상황입니다.

8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김정은의 통치 스트레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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