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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발니, 신경안정제 '노비촉'에 중독"…메르켈 "러시아가 답해야"

등록 2020.09.03 11:16

'나발니, 신경안정제 '노비촉'에 중독'…메르켈 '러시아가 답해야'

/ AP

혼수상태로 독일 병원에 옮겨진 러시아 야권 운동가 나발니가 신경작용제인 노비촉(Novichok)에 중독됐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독일 정부가 밝혔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2일(이하 현지시간) 성명에서 독일 연방군 연구소의 검사 결과, 나발니에게 노비촉 계열의 화학 신경작용제가 사용된 것으로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표적인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러시아 국내선 항공기 안에서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후 나발니는 독일의 시민단체가 보낸 항공편을 통해 지난달 22일 베를린에 도착해 샤리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나발니 측은 독극물에 중독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나발니에 대해 "독극물을 사용한 살인미수의 희생자"라며 "러시아 정부만이 답할 수 있고, 반드시 답해야 할 매우 심각한 질문이 있다"고 말했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주독 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사건이 철저하고 투명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독일 정부의 발표에 러시아는 독일과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나발니 사건의 모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독일과 전폭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발표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러시아 검찰총장이 독일 정부에 공식적인 답변을 기대하며 질의를 보냈고 우리 의사들도 공식적으로 정보 교환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독일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러시아 수사당국은 사건 조사를 위해 독일에 나발니의 손톱과 혈액 등 생체 조직 일부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또 "환자가 베를린으로 이송되기 전 우리나라는 모든 국제기준에 따라 전면적인 건강 검진을 했으며, 당시 독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며 독살 의혹을 거듭 부인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자국 국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마치 미리 사전 연습을 한 것처럼 곧바로 마이크로 달려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서방이 미리 준비된 발표를 활용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비촉은 2018년 초 영국에서 일어난 전직 러시아 이중간첩 독살 미수 사건에 사용된 물질이기도 하다.

당시 영국 솔즈베리의 쇼핑몰에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 율리야가 노비촉 중독 중세로 쓰러졌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 송무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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