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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ㅣ 취재후 Talk] 교도관 "구치소 코로나 검사, 교도관이 했다"…방역복도 재활용하라 지시

등록 2021.02.04 21:01

수정 2021.02.05 16:07

#현직 교도관 A씨는 TV조선과의 단독인터뷰에서 1월부터 교정본부에서 지침이 내려와 구치소 내 코로나 검사를 교도관들이 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A씨는 "비전문가들인데 전문가 같이 일을 시키고, 교도관들이 계속된 검사로 많이 지쳐있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검사는 숙련된 의료진들이 해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PCR검사는 의료진이 해야 하며 검사의 신뢰도가 보장됐는지 의문이 든다"고 했습니다.

충격적인 건 이뿐 만이 아닙니다. 교도관에 따르면 1회용으로 쓰고 버려야 하는 방역복도 재활용해서 쓰라고 지시가 내려왔다고 합니다. 인력이 부족하다며 자가격리 중인 직원에게 나와서 일하라고 했다는 충격적인 내용도 있습니다. 이 내용은 현직 교도관 1명의 증언이 아니었습니다. 교도관들만 가입 가능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폭로와 댓글이 쇄도합니다. "간호사나 간호조무사가 안하면 불법인데 교도관들에게 배워서 코로나 검사를 하라고 한다. 공무원이 불법을 교사했다"는 폭로부터, "본부를 폐쇄하라" 글까지 있습니다.

 

[단독ㅣ 취재후 Talk] 교도관 '구치소 코로나 검사, 교도관이 했다'…방역복도 재활용하라 지시
/ 출처: 교도관 커뮤니티


하지만 이런 사실은 일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교정본부에서 언론에 일절 대응하지 말라는 공문까지 보내며 철저히 입단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인력충원도 없이 코로나 공포 속에서 일해야 했던 교도관들도 '피해자' 였습니다. 교도관 가족들은 공포와 두려움에 떨었지만 호소할 곳이 없었다고 전합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교도관 중에 간호사 면허가 있는 이들만 코로나 검사를 하고 있다"면서 "방호복 재활용을 공문으로 내려보낸 적도 없고 방호복을 재활용한 사실도 없다"고 했습니다.

교정시설 내 과밀화를 해소하고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지난 1월 14일 법무부는 전국에서 900여명을 가석방했습니다. 교도관들이 PCR 검사를 한 뒤 가석방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자체 등에 따르면 경기, 인천 지역 동부구치소발 감염자는 16명. 동부구치소발 지역사회 감염은 이미 현실화됐습니다. 동부구치소 출소자는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음성인지 확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출소했다. 자가 격리하고 주의하라는 설명도 듣지 못했고, 출소 뒤 부모님이 코로나에 감염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구치소에서 코로나에 감염된 것같다"고 호소했습니다.

질병관리청은 가석방자를 통한 지역사회 전파가 보고된 사례가 없다고 했다가 지자체 확인 뒤에 말을 바꿨습니다. 동부구치소발 지역사회 감염자 전체 통계를 요청했지만 응답이 없습니다. 코로나 대응으로 정신이 없는 상황은 알지만 의구심이 커지는 부분입니다.

#"무전을 들고 온 CRPT(기동순찰팀) 5명에게 둘러싸였고, 수갑이 채워졌다. 먹던 약도 받을 수가 없다"

지난달 28일 밤,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지난달 20일, 부산에서 만났던 동부구치소 수용자 가족 B씨였습니다. 오빠가 쓴 편지에 충격적인 내용이 담겼다고 호소했습니다. 코로나에 확진된 오빠가 확진자들이 모여 있는 방에 가기 싫다고 하자, CRPT(교정시설 기동순찰팀) 5명에게 둘러싸여 강제로 수갑에 채워졌고,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보석 및 재판에 불리해질 수 있다’며 협박까지 당했다는 겁니다.

미결수인 B씨의 오빠는 6번의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이다가 7번째 검사에서 확진이 됐습니다. 여러 명과 방을 썼을 때 통증을 호소했지만 코로나 검사에서는 계속 음성이 나왔고, 이후 방에 홀로 계속 남겨졌는데 코로나 검사에서 나중에야 양성이 나온 게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검사를 믿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출소자, 재소자 가족, 교도관 등이 전한 구치소 내부 상황은 지옥 그 자체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오는 것보다 자가격리 2주의 원칙이 지켜지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는데, 코로나 확진자들을 혼거 수용했다고 법무부와 구치소는 인정했습니다. 수용자 가족 등에 따르면 음성이 나온 이들은 6~7명이 한 방에서 생활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확진자들을 혼거 수용하는 환경에서 코로나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었을까요? 구치소 내 방역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었던 걸까요?

#정의와 인권의 보루라며,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던 법무부의 태도는 실망스러웠습니다. 구치소 상황을 물으면 "잘 모른다. 구치소에 전화해서 물어봐라" 고 하기 일쑤였고, 구치소에서는 "인원보충도 없는데 전화까지 받아야 하냐" 며 고충을 토로했습니다. 법무부는 구치소 내 코로나 확진자 발생을 수용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습니다.
수용자들 동요를 고려한 조치라는데, 그 때문에 불안감은 더 커졌습니다. 구치소 안 사람들은 공포의 날들을 보내야만 했고, 지금도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라는 공포, 갇혀 있는 상황, 나를 돌봐주지 않는다는 불안감, 극도의 공포를 느끼지 않을까요.

# 다행히 구치소발 감염이 진정세에 접어들었지만 재소자들의 공포, 교도관들의 공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언제부터 TV조선이 재소자 인권에 관심을 가졌냐는 비판도 받았습니다. 인터뷰를 거부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뼈아픈 지적입니다. 코로나 19는 국가적인 재난입니다. 도움이 필요하지만 목소리를 내기 힘든 이들의 목소리에 보다 귀를 기울이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비판하고 지적해야 하지 않을까요. 또다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 고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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