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신동욱 앵커의 시선] 잊지 마시길

등록 2021.04.09 21:50

수정 2021.04.09 21:56

"미아리 눈물고개…"

아무리 생각해도 이 노래에 담긴 한을 알리 없는 아홉 살 소녀가 너무나도 애절하게 감정을 토해냅니다.

'단장'은 창자 즉 애가 끊어지는 슬픔을 가리키지요. 또 '환장'은, 장이 뒤집혀 꼬이면 하도 아파서 '눈에 뵈는 게 없다'는 뜻입니다.

공포를 느끼면 소름이 끼치고, 머리털이 곤두서고, 식은땀이 나고, 등골이 오싹해집니다. 위험에 대처하느라 눈과 귀, 뇌와 근육에 급속하게 피가 몰리고, 자율신경이 긴장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굉장히 두렵다"고 했습니다. "정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그런 두려움이라고…"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금방 실망으로 바뀔 것"이 두렵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 총선에서 거대 여당이 탄생한 뒤 입장문은 사뭇 달랐습니다. "국민을 믿고 담대하게 나아가겠다"고 했지요.

그리고 이번 선거 참패 후 입장문은 전례 없이 짧은, 딱 두 문장이었습니다. 코로나, 민생, 부동산 부패를 국정과제로 꼽았을 뿐, 정책 전환과 인적 쇄신의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민주당은 친문 지도부가 총사퇴했지만 다시 꾸린 비대위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이 당내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아직도 국민을 졸로, 바보로 보는 것 아닌가…" 

초선 의원들이 전면 쇄신 요구 역시 그래서 감동이 없습니다. 

선거 승리를 이끌고 물러난 김종인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의 승리로 착각해 개혁의 고삐를 늦추고 다시 사분오열하면 천재일우 기회가 소멸된다"고 경고했습니다.

초선 의원들도 "우리가 잘해서 이긴 게 아니라"며 혁신을 요구했지만 국민의힘이 구태를 깨뜨릴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습니다.

영국 보수당은 2008년 런던시장에 후일 총리가 된 보리스 존슨을 당선시키면서, 13년 침체에서 탈출할 집권 발판을 놓았습니다.

젊은 캐머런이 '따뜻한 보수주의'로 꾸준히 국민의 마음을 끌어당긴 덕분이었습니다.

옛말에 "칼을 삼켜 장을 깎아내고 잿물을 마셔 위를 씻는다"고 했습니다. 단장의 아픔까지도 견뎌내야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앞 선거의 승리가 다음 선거에서 냉엄한 심판으로 돌아왔던 경험을 우리는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다들 잘 아는 사실이지만 금방 잊어버리는 사람들이, 우리 정치사엔 너무나 흔했고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습니다.

4월 9일 앵커의 시선은 '잊지 마시길'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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