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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자의 동분서주] '옥션 신화' 오혁,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까닭은?

등록 2022.11.28 07:01

[안기자의 동분서주] '옥션 신화' 오혁, 그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까닭은?

오혁 레바캉스 최고기술책임자(CTO)

맨손으로 기업을 창업해 성공을 일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그가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간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최초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을 창업한 오혁 전 대표를 만났다. 오혁 전 대표는 1998년 옥션을 설립해서 한때는 시가총액 1위로 키워낸 1세대 IT 전문가다. 하지만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이베이가 옥션을 인수하면서 회사를 떠났다. 대주주였던 KTB 권성문 회장은 8억원을 투자해서 2000억원이 넘는 엄청난 수익을 남겼고, 오 전 대표는 300억원 정도를 챙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오 전 대표는 2005년경에 필리핀 옥션을 설립했고, 그 이후로는 소식이 뚝 끊겼다. 과연 그는 필리핀에서도 성공 신화를 썼을까?

“망했습니다”

오 전 대표는 담담하게 말했다. 사정은 이렇다.

2005년 필리핀 옥션을 설립했고, 일본의 히카리 통신과 CSK 캐피탈로부터 300만달러 투자까지 유치받았다. 그리고 설립 이듬해인 2006년부터 필리핀 1위로 등극했다. 그러자 투자하겠다는 기업들이 줄을 섰다. 한국의 5개 벤처투자업체가 100억원을 공동투자하겠다며 실사까지 마쳤다. 그야말로 ‘승승장구’였다.

■필리핀 옥션, 2008년 금융위기 ‘직격탄’
그러나 낡은 관용어구처럼 2008년 금융위기가 터졌다. 투자하겠다던 기업들은 투자를 철회하면서 자취를 감췄다. 마케팅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사재까지 출연했지만 역부족이었고, 2011년에 결국 회사를 매각했다. 3~4년을 지친 심신을 달래느라 허송세월을 했다.

그러다 2016년 시스템 개발회사를 다시 설립했다. 빌딩과 물류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업체였다.

“어차피 옥션을 만들 때도 맨손이었어요”

그렇게 다시 맨손으로 회사를 다시 차렸고, 그 와중에 여행 포털을 표방하던 ‘레바캉스’측에서 연락이 왔다. 옥션 초기에 레바캉스의 주주와 친분이 있었던 인연이 닿은 것이다.
레바캉스도 2007년부터 사이트를 운영해왔지만, 2019년 코로나 19가 터지면서 개점 휴업 상태였다.

레바캉스측에서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 국내 최고의 여행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오 전 대표는 여행에는 그야말로 일자무식, 문외한이었다. 평생을 IT 엔지니어로 살아온 그에게는 ‘눈을 가리고 길을 걷는 것’과 같은 난이도였다.

2년여를 지지고 볶고 투닥거리면서 인공지능(AI) 기능까지 탑재한 플랫폼을 완성했다.

■여행 플랫폼으로 마지막 도전장
오 전 대표는 이제부터는 자신을 레바캉스 최고기술책임자(CTO)로 불러 달라면서 테블릿PC로 현재 막바지 점검중인 앱을 실행했다.

12월 둘째주, 프랑스 파리로 검색어를 넣자 파리의 일출과 일몰 시각, 주요 관광지의 계·폐관 시각, 축제 일정, 교통편 등이 나열됐다. 머물 장소와 기간을 정하고, 루브르 박물관, 에펠탑 등 자신이 꼭 보고 싶은 장소를 클릭하자 곧바로 ‘셀프 가이드북’이 생성됐다. 여기다 여행객이 쓴 글과 사진을 첨부할 수 있는 기능까지 탑재된다고 한다.

오 CTO는 이미 단체 관광의 시대는 갔고, 이제는 나만의 관광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는데도 이를 반영한 인터넷 서비스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앱에는 루브르 박물관 등에 있는 걸작들의 사진과 오디오 설명서까지 탑재돼 있었다. 사진들은 이미 저작권을 확보해서 어떤 업체도 흉내 낼 수 없다고 오 CTO는 강조했다.

오 CTO는 기존에 레바캉스가 발행했던 가이드북도 확대 개편해 전자책 형태로 앱에 넣을 계획이다. 국가와 도시, 박물관 가이드북 500여권을 개인들이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이들 가이드북은 현지에서 학위를 받은 전문가들이 직접 써서 한국의 미슐랭 가이드라고 칭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배낭 여행 족들과 나만의 여행을 바라는 여행객들은 레바캉스에서 무료로 국가와 도시, 박물관 가이드북을 다운받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나만의 여행 스케줄을 만들고 추억을 쌓을 수 있다는 게 오 CTO의 설명이었다.

레바캉스 앱은 빠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1월에는 출시할 예정이고, 이와 함께 오 CTO도 한국으로 돌아온다. 금의환향은 아니지만 도전할 게 있어서인지 그는 한껏 들뜬 모습이었다.

“여행플랫폼은 저의 마지막 도전장입니다. 제 남은 열정을 여기에 다 쏟을 겁니다.”

환갑의 IT엔지니어 오혁. 옥션창업이 인생 1막이었다면, 필리핀 옥션은 2막, 그리고 여행플랫폼은 3막이 될 터였다. 그의 인생 3막은 또 어떻게 그려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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