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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앵커의 시선] 그대 이제 고향에 가리

등록 2023.01.20 21:50

수정 2023.01.20 21:54

화사한 거실에 노부부가 앉아 있습니다.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으로 꼽은 데이비드 호크니의 '나의 부모님' 입니다.

아버지는 모로 구부정하게 앉아 책을 보는 척 합니다. 괜히 멋쩍어서 딴청을 부려봅니다. 어머니는 반듯하게 앉아 미소 지으며, 애정이 듬뿍 담긴 눈으로 아들을 응시합니다.

그 부성과 모성이 대조적이지만 아들에게 품은 사랑, 대견함은 다르지 않습니다.

대가족이 기념사진이라도 찍듯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화가 배운성이 독일 유학 시절 그린 작품이기에, 실사화가 아닙니다.

한쪽에 자화상도 슬쩍 끼워 넣었습니다. 그는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부잣집에 심부름꾼으로 들어갔습니다.

집주인이 재능을 알아보고 일본과 독일 유학을 보내줬지요. 그림 속 대가족이 주인댁 식구라는 설과 그의 어머니와 가족이라는 설이 엇갈립니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외로운 타국에서 그리운 가족을 떠올리며 따스한 위안으로 삼았다는 것이겠지요.

사람 사는 집은, 피붙이의 온기로 가득할 때가 제일 좋은 법입니다.

"오늘 저 나직한 지붕 아래서, 코와 눈매가 닮은 식구들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는 시간은, 얼마나 따뜻한가'

흩어져 살던 피붙이들이 일제히 그리운 곳으로 가는 행렬이 시작됐습니다. 일찍 떠난 분들은 늦은 저녁상을 받으셨겠지요.

"눈이 와서 마을이 박속처럼 화안한 날, 고향에 돌아와서 밥을 먹는다. 80을 바라보는 엄마가 해준, 흰 쌀밥 먹는다. 90을 코앞에 둔 아버지가, 50이 넘은 아들 밥 먹는 모습 지켜보다, 귀밑에 흰머리 하나를 뽑아준다"

연로하신 아버지는 자식 사랑을 더는 감추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아버지는 "한평생 버겁던 짐 다 내려놓고, 안장도 짐받이도 떨어져 나간 짐 자전거" 입니다.

위당 정인보는 마흔 수 연작 시조로 자애로운 어머니를 그렸습니다.

"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히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 되고 말어라"

자식들 먹이고 입히느라 찬밥, 얇은 옷으로 사시다, 자식들이 해준 솜치마를 반기신 어머니.

그런데 입어보실 새도 없이 당신 관에 채워 넣는 옷가지, 보공으로 가져가셨다는 탄식입니다. 그러니 어찌 어버이 살아실 제 섬기기를 소홀히 하겠습니까.

코로나 3년의 터널 끝에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나서는 길이, 지난해보다 많이 붐빌 거라고 합니다.

궂은 날씨에 매서운 한파까지 몰아닥친다니, 마음 바빠도 조심조심 가십시오. 부모님 걱정하시지 않게요.

1월 20일 앵커의 시선은 '그대 이제 고향에 가리'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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