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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담차담] 덩치를 보니 딱 짐승이네!

등록 2023.09.14 09:00

수정 2024.01.11 18:13

첨단 방호 다 모여라! ②

[차담차담] 덩치를 보니 딱 짐승이네!
1961년 케네디 대통령의 링컨 컨티넨탈 하드탑 의전차(사진 위). 1963년 백악관을 방문한 사르베팔리 라다크리슈난 인도 대통령과 하드탑을 열고 대화하고 있는 케네디 대통령

케네디(JFK) 피격 이후 비밀경호국은 'The Death Car'(AP통신은 이렇게 보도했다)를 재설계했다. 'The Quick Fix 작전'이다. 육군재료기계연구소와 코팅자재 기업 'PPG 인더스트리', 포드 엔지니어팀이 참가했다. 최고의 방호 능력을 갖춘 'Presidential State Car'가 목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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퀵 픽스 작전(Operation The Quick Fix)에 따라 오픈형 하드탑을 고정형으로 바꾸고 첨단 방탄장비를 더했다


지붕은 고정식으로 바꿨다. 폴리카보네이트 비닐의 13중 접합 방탄유리를 씌웠다. 두께가 4.6cm에 달했다. 여기에만 12만5천 달러가 들었다. 차체엔 티타늄을 입혔다. 알루미늄으로 코팅한 런플랫 타이어를 신었다. 연료 탱크는 깨지더라도 유출을 최소화하는 '다공성 발포 매트릭스'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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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형 링컨 컨티넨탈 의전차. 비밀경호국은 방탄성능을 강화한 의전차를 꾸준히 제공했다. 하지만 'X-100 Quick Fix' 버전은 개방감이 뛰어나 1977년까지 현역으로 활약했다


비밀경호국은 대통령 의전차를 꾸준히 공급했다. 그런데도 존슨, 닉슨, 포드, 카터 대통령은 재개조한 '고정식 방탄유리 X-100'을 때때로 이용했다. 개방감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1977년 초에 퇴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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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조 작업을 위해 'Hess and Eisenhardt'에 입고된 'The Death Car'(사진 위). 역사적인 'GG 300' 번호판은 윌러드 헤스 덕분에 후대에 전해지게 됐다


링컨 X-100을 기반으로 했던 'The Death Car'는 2대였다. 워싱턴 D.C는 'GG 300' 번호판을 2개 발급했다. 코치빌더 'Hess and Eisenhardt'의 윌러드 헤스는 '재개조'를 위해 입고된 X-100의 번호판 2개를 버리지 않았다. 2000년 그가 사망하자 딸 제인이 물려받아 부엌서랍에 보관했다. 2015년 경매에 내놓았다. 당시 딸 제인은 "아빠의 차고로 옮겨졌을 때 묻어 있던 피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열열한 케네디 수집가'가 10만 달러에 낙찰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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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의 링컨 컨티넨탈 의전차의 방탄 작업에는 50만 달러가 들었다


의전차는 점점 무거워졌다. 경호에 필요한 아이템을 계속 보탰다. 존슨의 1967년형 링컨 개조에는 50만 달러가 들었다. 지금 가치로 440만 달러다. 무게는 5톤을 넘겼다. 1972년 닉슨의 링컨은 6톤에 육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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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클리는 'Röhm RG 14' 리볼버 권총으로 레이건 대통령을 항해 6발을 발사했다. 6발 모두 대통령을 빗나갔지만, 마지막 유탄이 의전차 안에 있던 레이건을 향했다. 백악관 대변인 제임스 브래디, 경호 경찰 토머스 델라한티, 경호요원 팀 매카시가 피격됐다. 힝클리는 성애증을 앓고 있었고, 당시 여배우 조디 포스터에 집착했다. 1980년 하반기 내내 포스터에게 수많은 편지와 메모를 썼고, 두 번이나 통화를 했다. 힝클리는 '국가적 인물이 된다면 포스터와 동등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레이건 대통령을 표적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1981년 3월 초에 포스터에게 서너 장의 메모를 더 썼고, 포스터는 이 메모를 예일대 학장에게 주었고, 학장은 경찰에 전달했지만, 경찰은 힝클리를 추적하지 못했다. 힝클리는 2016년 9월, 엄격한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1981년 존 힝클리가 의전차를 타기 직전의 레이건을 표적으로 삼았다. 여섯 발을 쏘았다. 직접 맞힐 순 없었다. 총소리가 나자마자 경호원이 의전차 안으로 밀어넣었기 때문이다. 마지막 총알도 차체에 맞아 무사해 보였다. 하지만 방탄 재질의 차체에 튕겨나간 유탄이 레이건의 왼쪽 겨드랑이로 파고들었다. 폐를 뚫고 들어가 심장에서 2.5cm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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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 대통령은 1981년 3월 30일 피격된 뒤 12일 만인 4월 11일 퇴원했다. 퇴원 이후 외부 활동을 할 때마다 꼭 방탄조끼를 챙겨입었다. 백악관에서 퇴원 인사 중인 레이건의 빨간스웨터 안에도 방탄조끼가 있었다고 한다(사진 왼쪽). 이 사건은 18세의 포스터에게 엄청난 충격이었다. 예일대를 휴학하고, 경호원을 고용했다

 
경호원은 처음엔 레이건이 총에 맞은 줄 몰랐다. 거세게 밀어태우는 바람에 갈비뼈가 부러진 줄 알았다. 조지 워싱턴 대학병원에 4분 만에 도착해 긴급 수술을 받았다. 레이건은 응급실의 의료진들에게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이어야 할 텐데요"라고 농담했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아내 낸시에겐 "여보, 몸을 피하는 걸 깜빡했어(I forgot to duck)"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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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턴 의전차는 캐딜락 플리트우드 브로엄 모델을 개조한 것이었다


클린턴 이후 의전차는 캐딜락이었다. 자사의 기함 '플리트우드 브로엄'을 직접 개조했다. '아들' 부시 때 의전차용 모델을 별도로 개발했다. 1명 만을 위한 차 '캐딜락 원'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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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부시의 의전차. 양산 모델을 개조하는 것이 아닌, 아예 '의전차'로 설계했다. The Beast'의 시작이다


드빌이나 DTS의 앞뒤 모습을 적용했을 뿐, 기본부터 아예 다르다. 서버번이나 에스컬레이드 등 GM의 풀사이즈 SUV를 기반으로 했다. 무게는 6톤(추정 무게 6,400kg)이 넘었다. 거대한 장갑무장 차량, 'The Beast(야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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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의전차, 'The Beast Ⅱ'. 굴러가는 백악관이 가능하도록 모든 필요 장비가 갖춰져 있다


오바마 의전차는 더 무겁다. GMC 트럭 톱킥(Topkick)의 섀시를 바탕했다. 차체는 특수강, 티타늄, 알루미늄 등을 총동원했다. 도어의 두께는 200mm, 유리 두께는 130mm다. 타이어는 대전차 지뢰에도 견딘다. 높이도 1.8m에 달한다. 이러니 무게가 9톤이 넘는다(추정 무게 9,100kg). 최고 시속이 많이 나올 수가 없다. 97km/h다. '덩치'를 끌기 위해 8기통 6.6리터 터보 디젤 엔진을 사용한다. 승용차용 가솔린 기관의 토크로는 부족하다. '경유'는 혹 모를 피격 때 폭발 위험도 아주 낮춘다. 연비는 리터당 2.8km다. 화학 공격에 '완벽 밀폐'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연막탄, 최루탄 발사기, 고성능 샷건 등은 방어용이다. 응급 상황에 대비해 대통령과 같은 혈액을 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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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shington D.C.의 자동차 번호판. '대표 없이 과세 없다'는 문구가 아래에 있다(사진위). 바이든 취임식 당일 사용한 번호판. 46대 대통령임을 보여준다

 
오바마는 2013년, 워싱턴D.C 주민들의 청원을 받아들였다. 지역 표준 번호판을 써달라는 것이었다. 표준 번호판에는 "대표 없는 과세 부담"이라는 문구가 있다. 미국 헌법은 의회를 주(州) 대표자들로 구성하도록 규정한다. 워싱턴D.C는 특별구여서 상·하원의원도, 자체 입법권도 없다. 그럼에도 세금은 꼬박꼬박 내는 게 억울하다는 의미다. 오바마 이후 트럼프와 바이든도 이 문구가 적힌 번호판을 달고 있다. 워싱턴D.C 차량관리국이 발급한 번호 '800 002'와 함께. 취임식 당일에는 몇대 대통령인지 알려주는 숫자만 들어간 번호판을 부착한다. 바이든은 '46'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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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부 시절 'The Beast Ⅱ'에 앉아 얘기를 나누는 오바마 대통령과 바이든 부통령


수명이 다한 '의전차'는 어떻게 될까. 비밀경호국이 파괴한다. '폭파해체'해야 한다. 방어 능력도, 제조 능력도 공개해선 안 되는 국가기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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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24일 공개된 현행 모델

 
2014년 비밀경호국은 새 의전차 3대를 계약했다. 3대에 1683만2679달러를 썼다. 2018년 9월 24일 트럼프의 뉴욕 방문 때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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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자리에서는 문이 아예 열리지 않는다


창문은 운전석만 7.6cm 정도 열리도록 설계했다. 조수석이나 대통령이 앉는 뒷좌석은 열리지 않는다. 차 문에는 열쇠 구멍이 없다. 문을 어떻게 여는 지는 백악관 경호원들에게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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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east Ⅲ' 두 대가 지난 3월 다리를 지나고 있다. 어느 쪽에 타고 있을 지는 경호요원들만 안다. 물론 뒤의 경호차량에 탑승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에어포스 원으로 방문국에 도착하기 전, 'The Beast'는 앞서 수송기로 이동한다. 현지에선 2대 혹은 3대가 달린다. 대통령이 어느 차에 탔는지 감추기 위해서다.

 

사진 : 나무위키, 위키피디아, 위키미디어커먼즈, 위키백과, The Henry Ford museum,whitehouse.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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