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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담차담] '황금전설' 수호성인이 보우하사

등록 2023.09.21 09:00

수정 2024.01.11 18:15

첨단 방호 다 모여라! ③

[차담차담] '황금전설' 수호성인이 보우하사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를 타고 대관식 장소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찰스 3세 부부

지난 5월 6일 영국 국왕 찰스 3세 부부의 대관식. 버킹엄 궁에서 웨스트민스터 사원까지 '다이아몬드 주빌리 마차'가 이동했다. 3톤의 무게를 '윈저그레이' 6마리가 끌었다. 부드러운 유압식 서스펜션 위에 알루미늄 차체를 입혔다. 냉난방장치에 전동식 윈도우까지. 왕실에 따르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승차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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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 4일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 의회 개원식 연설을 하러 가면서 처음 공식 사용했다. '윈저그레이' 여섯 마리가 동력원이다

마차는 '메이드 인 호주'다. 2012년 엘리자베스 2세 즉위 60주년에 맞췄다. '코치빌더' 짐 프레클링턴이 마차 장인 50명을 동원해 만들었다. 하지만 13만8천 파운드(2억2천여만 원)의 제작비를 해결하지 못했다. 왕실의 예산 지원을 받았던 게 아니었다. 민간 기부금 등으로 비용을 해결해 2014년 뒤늦게 왕실에 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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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프레클링턴은 마차에 영국의 역사와 유산을 담고 싶었다. 역대 영국 왕과 왕비와 관련된 품목, 위대한 인물, 사건, 장소 등을 망라했다. 페리비 보트의 목재, 빅벤의 오리지널 균형추, 셰익스피어 관련 유품, 마그나 카르타의 디지털 사본도 포함돼 있다. 마차는 무게 2.75톤, 전장 5.5m, 높이 3.4m다

넬슨 제독의 기함 'HMS 빅토리'의 나무로 지붕의 왕관을 조각해 금박을 입혔다. 물리학자 뉴턴의 사과나무 목재, 나이팅게일의 드레스 조각도 사용했다. 워털루 전쟁에서 사용한 납탄도 장식에 썼다. 내부 라이닝에는 런던 타워, 세인트 폴 대성당, 솔즈베리 대성당, 메이 플라워 등을 상감(象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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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29일 윌리엄 왕자와 캐서린 미들턴의 결혼식 당시 의전마차 'Australian State Coach'를 사용했다. 윌리엄 왕자는 지금은 왕위 계승 서열 1위다

프레클링턴은 앞서 1988년 5월 왕실 의전마차를 제작했다. 현대식 서스페션과 전동식 장치를 앞서 적용했다. 당시 호주를 방문한 여왕에게 전하는 호주 정부와 국민들의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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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2년 제작한 황금 마차(Gold State Coach)를 타고 버킹엄 궁으로 돌아가는 찰스 3세 부부. 8마리의 '윈저그레이'가 끌고 있다. 1831년 이후 대관식 때는 항상 '황금 마차'를 탔다

부부는 버킹엄 궁 귀갓길엔 관례대로 '황금 마차'를 이용했다. 왕실 차고, 로얄 뮤즈(Royal Mews)에서 두 번째로 비싸다. 1762년 만들어져 1831년 윌리엄 4세 이후 모든 대관식에서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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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 1953년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 당시 모습. '황금 마차'는 1762년 제작된 이후 바퀴에 고무를 덧댄 것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

무겁고 승차감이 엉망이다. 바퀴의 진동이 고스란히 객실로 전해진다. 그럴 수밖에. 서스펜션 개념이 없었던 '1762년식'이다. 엘리자베스 2세는 "아름답지만 (승차감은)매우 끔찍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대관식을 포함해 실버·골든 주빌리, 딱 세 번만 탔다. 가치는 350만 파운드(57억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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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실의 차고, 로얄 뮤즈(Royal Mews)의 모습(사진 위). 2007년 근위대 분열식에 참석한 여왕을 태운 한 쌍의 '윈저그레이'(사진 가운데). 2009년 근위대 분열식에는 한 쌍의 클리블랜드베이가 끄는 페이톤(Phaeton)을 탔다

로얄 뮤즈는 이들 마차를 위해 두 종류의 말들을 관리한다. '윈저그레이'와 '클리블랜드베이' 30필이다. 윈저그레이는 왕실의 의식에서 마차를 끌었던 회색 말이다. 1986년 여왕의 근위대 분열식 이후 이렇게 불렀다. 클리블랜드베이는 영국 클리블랜드 지방에서 개량한 근육질의 베이지색 품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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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틀리는 2002년 골든 주빌리를 맞아 왕실 의전차 두 대를 기증했다(사진 위). 원래 로얄 뮤즈는 롤스로이스 차지였다. 1986년식(사진 내 왼쪽)·1978년식(사진 내 오른쪽) 롤스로이스 팬텀 VI

로얄 뮤즈에서 가장 비싼 차는 벤틀리다. 한 대당 170억 원(차담차담 4월 20일자 기사 참고)으로 두 대가 있다. 이 의전차(Royal State Cars)는 여왕 즉위 50주년, 골든 주빌리에 맞춰 벤틀리가 희사했다. 생화학 테러 대비 장치 등 최고 등급의 장갑무장을 자랑한다. 나머지 세 대는 롤스로이스다. 1950년식 팬텀 Ⅳ, 실버 주빌리(즉위 25주년) 팬텀 Ⅵ, 1986년 팬텀 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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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레이드 등의 행사를 위해 마련한 오픈형 의전차 레인지 로버

왕실은 퍼레이드 행사에 쓸 두 대도 갖고 있다. 'Royal Review Vehicle'인데, 레인지로버의 뒷부분을 개조했다. 'State'와 'Review'는 공통점이 있다. 번호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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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식 재규어 XJ 리무진 2대(번호판 NGN 1· NGN 2)와 1992년식 다임러 DS 420 리무진 3대(번호판 KLL1·K326EHV·F728OUL)도 로얄 뮤즈의 식구다

조금은 덜 공식적인 행사에는 'Semi State Car'도 활용한다. 재규어 XJ 리무진 2대와 다임러 DS 420 리무진 3대, 레인지로버 3대다. 이들은 번호판이 있다. 2012년부터는 BMW i3, BMW 7시리즈 하이브리드와 르노 트위지 등 전기차를 사들였다. 로얄 뮤즈의 차량은 '로얄 클라레'라고 부르는 아주 짙은 와인색으로 도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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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조지와 용(Saint George and The Dragon)'을 설명하는 목판. 벤틀리 의전차에 올려진 '성 조지' 상징물

이들 차량의 후드에는 독특한 장식물을 부착한다. '용을 참수하는 성 조지'(Saint George and the Dragon)다. 황금 전설(Golden Legend)의 주인공 성 조지는 영국의 수호성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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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형 롤스로이스 팬텀 VI를 타고 이동하는 찰스 3세

왕실 문장과 깃발은 지붕 앞 부분에 있다. 다른 왕실이 탑승하거나 행렬의 일부가 됐을 때는 왕관이 있는 빨간색 방패를 부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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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은 자신의 사후 '장례 작전'을 미리 승인했다

로얄 뮤즈에는 특수차량 한 대가 더 있다. 영구차(State Hearse)다. 엘리자베스 2세는 생전에 영구차 계획, 작전명 '런던 브릿지'를 승인했다. 재규어 XJ를 기반으로, 유리 지붕을 높여 추모객들이 더 잘 볼 수 있게 했다. 청동으로 만든 '성 조지'에는 은박을 입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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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는 스코틀랜드의 왕실 별장 발모럴 성에서 숨을 거뒀다. 1542년 제임스 5세 이후 스코틀랜드에서 사망한 최초의 군주였다. 왕립 공군기지 'RAF 노솔트'에 도착한 여왕의 관을 운구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3일, 왕립 공군기지 'RAF 노솔트'에 도착한 여왕의 관을 버킹엄 궁으로 운구했다. 여왕은 스코틀랜드 발모럴 성에서 생을 마감했다. 말년에 골수암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졌지만, 사망진단서엔 '노환'으로 기록했다. 영연방 국가들은 9월 19일 국장일 당일을 '임시공휴일'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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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마운트배튼 에든버러 공작은 2021년 99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80세를 넘어서면서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 2세가 임종을 지켰다

여왕의 남편 '필립 마운트배튼' 에든버러 공작은 자신의 영구차를 17년 전부터 준비했다. 평소 "죽으면 랜드로버 뒷좌석에 태워 윈저로 데려다 달라"고 말했다. 지붕 없는 녹색 도장을 요청했다. 필립 공은 관 고정장치까지 신경을 썼다고 한다.



사진 :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위키미디어커먼즈,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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