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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담차담] 농작물 나르다가 출세했네!

등록 2023.10.12 09:00

수정 2024.01.11 18:15

첨단 방호 다 모여라! ④

[차담차담] 농작물 나르다가 출세했네!
1900년 왕세자 알버트가 주문했던 왕실의 첫 차 '다임러'. 이듬해 즉위한 알버트, 에드워드 7세는 '다임러 마니아'였다

우편마차(Mail Phaeton) 형태의 차량 한 대가 1900년 영국 왕실에 도착했다. 주문자는 당시 왕세자 알버트, 이듬해 즉위한 에드워드 7세다. 6마력짜리 다임러였다. 왕실 마구간(Royal Mews)에 들어간 첫 자동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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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7세가 1907년 주문한 9번째 다임러. 재위 9년동안 해마다 한 대 꼴로 주문했다


에드워드 7세는 즉위한 뒤 다임러에 왕실 인증(Royal Warranty)을 부여했다. 1910년 사망 때까지 9대를 더 주문했다. 20세기 초반 다임러는 '왕실 리무진'의 대명사였다. 1911년 인천항을 통해 들여온 고종의 의전차도 다임러다(2023년 7월 27일자 차담차담). 브랜드는 없어졌지만 덴마크, 스웨덴, 룩셈부르크 왕실도 여전히 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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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닝가 10번지는 런던에서 가장 유명한 주소지다. 예전엔 입구 통제문에 두 명의 경찰관만 배치했다. 마가렛 대처 재임 기간에 테러 위협으로 2단계 보안시설로 격상했다. 그러다 1991년 존 메이저 총리 때 아일랜드 무장단체 IRA의 '10번지 뒷마당 폭발 사건' 이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왕실 자동차 초기에는 전담 정비사가 운전을 겸했다. 지금은 납치 방지, 회피 운전에 능한 경호경찰이 운전한다. 런던 경찰청 산하 '보호사령부(Protection Command)' 소속이다. 사령부엔 두 개 부서가 있다. 요인보호부는 요인 경호 담당이다. 의회외교보호부는 의회 건물과 요인들의 거주지 등 주로 시설을 통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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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재규어 XJ(X351) 센티넬' 의전차를 타고 10번지를 나서는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

요인보호부는 왕실 외에 총리와 장관도 경호한다. 총리는 최소 3대의 차량, 최소 9명으로 꾸려지는 팀의 경호를 받는다. 리시 수낵의 의전차는 SUV인 '레인지로버 센티넬(Sentinel·보호)'. 2021년 9월 보리스 존슨 때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전엔 세단인 '재규어 XJ 센티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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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0번지에 인도한 B7 방호등급의 '레인지로버 센티넬'


두께 13mm짜리 강철판이 하부 폭발에 대비한다. 차체는 7.62mm 장갑탄에도 끄떡없다. 완전 밀폐 산소장치로 화학생물학적 공격에서도 총리를 보호한다. 민간 공격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 'B7 등급'이다. (방탄 등급은 다음 회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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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나 필요에 따라 브랜드에 방탄 차량을 주문할 수 있다. 레인지로버(랜드로버)도 마찬가지다. '센티넬'은 '방탄'을 드러내는 이름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가드', BMW는 '시큐리티' 등으로 표시한다


개인도 구입할 수 있다. 최소 40만 파운드(6억5천여만 원)다. 차량 가격보다 장갑 비용이 더 든다. 방탄 때문에 무거워진 만큼 느려지는 걸 각오해야 한다. 최고속도가 시속 180km 언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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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닝가 10번지. 규모가 큰 편이지만, 아주 평범한 타운하우스다


의전차의 차고지는 총리 관저, 다우닝가 10번지다. 관리는 교통부 산하 정부차량서비스(Government Car Service)가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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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영국의 예술가이자 작가 필립 노만의 스케치. 세인트제임스 공원 쪽에서 바라본 모습이다(사진 위). 1944년 2월 20일 나치의 런던 공습으로 인해 파손된 응접실(사진 아래)

 
조지 다우닝은 부동산으로 큰 돈을 만졌다. 1684년엔 의회까지 걸어갈 수 있는 '런던의 요지'를 임대해 개발했다. 왕실 소유여서 입지가 나무랄 데 없었다. 북쪽으로 세인트제임스 공원이 있고, 버킹엄 궁도 가까웠다. 마구간과 공원 전망을 갖춘 집들을 지었다. 개발자 이름을 딴 '다우닝가'는 타운하우스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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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에는 '제1대장경'이라고 새겨진 우편함이 아직도 있다. 번짓수 흰색 '10'의 '0'은 시계 반대 방향으로 37° 각도로 누워 있다. 18세기 후반 10번지 정문을 수리하면서 당시 유행했던 트라야누스 알파벳(Trajan lettering)의 대문자 'O'로 '0'을 표기한 것이다. 그 아래에는 사자 머리 모양의 '도어노커'가 있다. 초인종에는 'PUSH'라고 적혀 있는데, 누른 사람이 거의 없다


조지 2세는 1732년 제1대장경(第一大藏卿·First Lord of the Treasury) 로버트 월폴에게 다우닝가의 가장 큰 집을 하사했다. 월폴은 '관사'로 받았다. 뒷편의 집 두 채를 합치는 3년간의 리모델링 끝에 입주했다. 지번이 여러 차례 바뀌다 1787년 10번지가 됐다. 그 전엔 5번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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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월폴(왼쪽)과 헨리 캠벨-배너먼(오른쪽)


제1대장경은 당시 정부의 최고위직이었다. 이후 월폴 주도 아래 책임총리제가 자리를 잡았다. 공식적으로 'Prime Minister'로 호칭한 건 1905년 취임한 헨리 캠벨-배너먼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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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중심부에서 북서쪽으로 64km 떨어진 버킹엄셔 엘스보로 근처에 있는 체커스(Chequers)는 영국 총리의 별장(Country House)이다. 16세기엔 영주의 저택이었다. 이후 개인 소유였다가 농림수산부 장관과 해군성 사령관 등을 역임했던 정치인 아서 리(Arthur Hamilton Lee)가 '체커스부동산법(1917)'에 따라 1921년 정부에 증여했다. 20세기 들어 귀족계급이 아닌 정치인들이 대거 등장한 것이 '별장 증여'에 영향을 주었다. 귀족들은 외국 고위 인사들을 접대하거나 휴식을 취할 만한 '컨트리하우스'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월폴 후임들은 10번지에서 지냈을까. 1902년까지 31명의 제1대장경 가운데 16명 만이 입주했다. 훨씬 더 크고 훌륭한 저택을 가진 귀족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눈에 관사는 평범한 건물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비워두진 않았다. 제2대장경에게 쓰도록 하거나 주변에 임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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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험버 풀먼, 로버 P5, 재규어 XJ(X350), 재규어 XJ(X351) 일반 모델


윈스턴 처칠의 의전차는 '험버 풀먼'이었다. 이후 알렉 더글라스-홈까지 탔다. 해롤드 윌슨부터는 '로버 P5'였다. 마가렛 대처 재임 중에 '재규어 XJ'로 변경했다. 장수했다. 보리스 존슨이 '레인지로버'로 교체할 때까지 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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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초의 풀먼 열차 'Chambersburg'는 1839년 펜실베이니아의 CVRR(Cumberland Valley Railroad)에서 운행을 시작했다. 위쪽은 1900년 'Chicago and Alton Railroad'의 풀먼 열차 내부 사진이다. 아래는 'Union Pacific Railroad'의 풀먼 객실을 찍은 엽서


건축업자였던 풀먼(George Pullman)은 미국 시카고에서 철도차량 사업을 벌였다. 1865년 장거리 철도여행에 맞춰 침대칸을 설계했다. 의자쿠션을 펼치는 아래층 침대와 벽 쪽으로 접는 위층 침대 형태였다. 침대칸은 넉넉하고 편안했다. 이후 '고급 여정'은 '풀먼'이었다. 호화롭고 편한 자동차들도 이 이름을 가져다 썼다. 1896년 자동차 생산에 뛰어든 험버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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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레인지로버는 'Two Door'였다


로버는 1904년에 자동차를 처음 생산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전시 설비를 이용해 농업용 차량을 만들기로 했다. 농로를 잘 달리고, 많은 짐을 실을 수 있어야 했다. '랜드로버'의 시작이다. 이 차를 본 귀족들은 고급 버전을 원했다. 롤스로이스나 벤틀리를 타고 별장 '컨트리하우스'에 파티나 사냥을 하러 가기엔 길이 험했다. 1970년 첫 모델을 출시했다. '레인지로버'는 귀족들의 마음에 '쏙' 들었다.



사진 : 위키피디아, 위키미디어커먼즈, 위키백과, 나무위키, 재규어랜드로버. Getty Images, Reuter, National Motor Museum, The Sandringham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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