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체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등록 2023.10.26 09:00

수정 2024.01.11 18:17

첨단방호 다 모여라 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외부에 노출되는 타깃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리에 방탄 성능을 입히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창이 없는 장갑차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방탄차의 핵심은 유리다. 고객이 앉아서 이동하는 공간, 외부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을 보호하는 건 단 하나, 유리다. 방탄유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라미네이팅한 여러 겹의 필름으로 총탄을 가두는 것이 기본 원리다


코팅(라미네이팅) 처리한 아라미드나 폴리에틸렌, 폴리카보네이트 등의 필름을 유리에 접합한다. 총탄은 어마어마한 회전력으로 타깃을 향한다. 이 회전에너지를 '접합유리'가 막아내는 것이다. 필름은 강한 소재와 부드러운 소재를 섞어 붙인다. 강한 필름-유리-부드러운 필름-유리-강한 필름…. 다 만들어지면 총탄을 튕겨내지 않고 가둔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1961년형 케네디 의전차의 방탄유리(사진 왼쪽). 지금은 더 두꺼워져 '캐딜락 원'은 13cm다. 도어의 두께도 20cm가 넘어, 외부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타고내리는 게 불가능하다


효과를 더하기 위해 사이에 공기층을 넣기도 한다. 두께는 4cm 이상이다. 13중 접합 '캐딜락 원'은 13cm다. 무게도 엄청나다. 앞유리만 150kg이 넘는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캐딜락 원'이 아니더라도 방탄유리의 두께는 4cm가 기본이다


방탄차는 최소 6년에 한 번씩 교체한다. '접합유리'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영하의 추위에 실내 난방을 켜면 접합층이 아주 미세하게나마 조금씩 벌어진다. 방탄력에는 치명타다. 물론 방탄력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원했던 만큼의 성능이 나오지 않을 뿐이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런 자세라면 골절상을 입는다


방탄이라고 해도 무한정 방탄이 되는 게 아니다. 영화 '아저씨'에서 보듯 한 곳에 집중하면 뚫린다. 다만 영화처럼 총을 쏘면 '아저씨'가 팔과 어깨에 골절상을 입는다. 총탄의 발사 충격이 몸에도 전달되기 때문이다. 약간 떨어져 사격했다고 가정하면, '아저씨'의 얼굴이 망가질 수 있다. 생각보다 강하게 바깥 쪽으로 유리가루가 튄다. 눈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실명할 수 있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윈체스터 1886


방탄유리는 총기의 발전에 비례한다. 1930년에는 브라우닝 9mm 권총에 대비하면 됐다. 지금은 AK-47 소총이 기본이다.

존 브라우닝(John M. Browning)은 현대 총기의 아버지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총기의 역사를 보면 브라우닝의 원맨쇼다. 23살 때 싱글샷 라이플을 설계해 생산했다. 윈체스터와 계약을 맺고 대량 생산했는데, 아직도 팔린다. 윈체스터 M1886, M1895 등의 스테디셀러를 개발했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브라우닝이 1896년 설계해 1899년부터 생산을 시작한 FN M1900. 안중근 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사살할 때 사용한 총이다. 최재형 선생이 구해준 총 가운데, 안중근 의사가 선택했다. 워낙 많이 팔린 총이어서 구하기도 쉽고, 성능도 담보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총기번호는 262336. 기능고장에 대비해 S&W M2 한 자루를 더 챙겨갔다


이후 벨기에 FN과 협력해 60만 정 이상이 팔린 M1900을 설계했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권총이다. M1910은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된 사라예보 사건에 쓰였다. 이 때문에 M1910은 '천만 명을 죽인 총'으로 불린다. 유럽에서 '브라우닝'은 곧 '권총'이었다. 지금의 크레파스나 샤프처럼.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자동소총의 전설 미하일 칼라시니코프의 AK-47. 사진은 Type 2A로, 1951년부터 1954년까지 옛 소련에서 생산한 제품이다


자동소총의 전설 'AK-47'의 개발자 미하일 칼라시니코프는 브라우닝을 '리스펙'했다. 생전에 "브라우닝 권총을 통해 '단순함'과 '완결성'을 깨달았고, AK-47에 적용했다"고 고백했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STANAG과 VPAM, CEN의 등급 구분. 아래 두 작은 원이 CEN이라고 보면 된다. STANAG은 NIJ와 사실상 겹친다. 민간과 군용을 각 2등급씩만 구분하고 있다


방탄 수준을 평가하는 기관은 여러 곳이 있다. 유럽 표준화위원회 CEN과 독일 공격방지재료구조물시험기관협회 VPAM, 미국 국립사법연구소 NIJ와 나토 표준화협정 STANAG 등이다. NIJ와 STANAG는 민간·군용 각 2개 등급으로 분류한다. 두 기관의 등급은 거의 일치한다. NIJ는 '방탄복'이 주종목이다. 방탄복에 대해선 6등급(1, 2-A, 2, 3-A, 3, 4)으로 더 세분화한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VPAM과 CEN 등급. VR10부터는 군용 화기에 해당한다


제작사들은 CEN이나 VPAM을 주로 활용한다. '민간 탄약에 대한 방어력 구분'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CEN은 7등급(B1~B7), VPAM은 14등급(VR)으로 나눈다. B4까지는 권총탄, B6 이상은 자동소총이나 수류탄에 대한 방어능력이 있다. 'B6'는 초속 722~732m로 날아오는 9.5~9.7g 무게의 7.62(직경)x39mm(탄피 포함) AK-47 탄환을 막아낸다는 의미다. B7은 민간 화기에 대한 최고의 방탄 등급이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메르세데스-벤츠의 방탄 브랜드는 '가드'다. S680 가드에는 최고 등급임을 강조하기 위해 VR을 표기했다. 사진은 'VR10 S680 가드'다


VR는 더 강력한 방탄을 홍보하고 싶을 때 사용한다. VR10부터는 군용 화기에 대한 방탄력이 있다. VR10은 군용 지뢰부터 15kg급 TNT 폭약까지 방어한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미국의 경찰차는 기본적으로 방탄이다. 차종은 포드 익스플로러가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닷지 차저다


일반 차량의 도어 강판은 최고 0.4mm 정도다. 안쪽과 바깥쪽 강판을 합쳐봐야 1mm가 안 된다. 내부도 텅 비었다. 총탄이 도어를 향하면 회전력을 유지한 채 관통한다. 하지만 방탄차는 4mm 이상이다. 영화에서 미국 경찰들이 도어를 방패삼는 총격전을 볼 수 있다. 특수합금 패널이 들어가 있는 방탄 도어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BMW의 방탄 모델 '시큐리티 7시리즈'. 방탄차들은 내부 폭발을 우려해 연료탱크에 폭발 방지 장치를 필수적으로 장착한다


차체는 강판에 합성소재를 추가한다. 강성은 높이고 무게는 줄인다. 알루미늄, 세라믹, 티타늄, 카본파이버 등을 주로 쓴다. 캐딜락 원의 차체 두께는 20cm 이상이다. 아무리 가벼운 소재를 쓴다고 한들, 가벼울 수가 없다. 바닥은 완전 밀폐다. 생화학 공격에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료탱크는 폭발 방지 장치가 필수다. 연료의 내부 폭발은 끔찍한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배터리와 전기장치 퓨즈박스까지 방탄 소재를 입한다.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3M은 방탄유리를 생산한다. 2005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광고를 했다. 방탄유리 사이에 300만 달러를 두었다. 누구든 1분 동안 도구를 쓰지 않고 부수면 돈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돈을 가져간 이는 없었다.



사진 : 나무위키, 위키미디어커먼즈, 위키피디아, www.armour-works.com, www.vpam.eu, nij.ojp.gov, www.cencenelec.eu, Getty Images, www.oasisspecialtyglass.com

 

[차담차담] 6년 지났다고? 그럼 바꿔야지!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