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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담차담] 독재자 끼리끼리 차심전심(車心傳心)!

등록 2023.12.14 09:00

수정 2024.01.11 18:20

첨단 방호 다 모여라!⑧

[차담차담] 독재자 끼리끼리 차심전심(車心傳心)!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셀브(Walther von Selve)는 1919년 독일 하노버 인근 하멜른의 '북독일자동차공장(Norddeutsche Automobilwerke GmbH)을 인수했다. 셀브(Selve Automobilwerke AG)로 이름을 바꾸고 20마력부터 50마력까지 9종의 모델을 생산했다. 히틀러의 'Selve 6/20'은 4기통으로 지금으로 치자면 '엔트리(Entry·입문형)' 모델이었다. 1927년부터 6기통 모델을 만들었다. 경영난으로 1929년 생산을 중단하고, 1934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사진은 1921년 생산한 '셀브 6/24'다


아돌프 히틀러(Adolf Hitler)는 1920년 자신의 첫 차를 샀다. 1919년 설립한 독일 브랜드 '셀브(Selve)'의 녹색 'Selve 6/20'이었다. 독일노동당의 당권을 쥔 이듬해부터는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후원자들이 메르세데스-벤츠와 운전기사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히틀러가 '벤츠 마니아'가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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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5월 1일 베를린에서 '메이데이 경축 퍼레이드'를 하고 있는 파울 폰 힌덴부르크 대통령과 아돌프 히틀러


히틀러는 1928년 독일국가사회주의노동당(NATIonal Sozialistische Deutsche Arbeiterpartei)으로 당명을 바꿨다. 나치는 이 '나치오날~'을 줄여부른 것이다. 당세가 신장되면서 히틀러는 1932년 4월 대선에 출마했다. 결선투표 끝에 무소속 힌덴부르크에게 졌다. 하지만 7월 총선에서 나치는 원내 1당으로 약진했다. 히틀러는 1933년 1월 독일국(Deutsches Reich·바이마르공화국) 총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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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는 1930년 'Grosser Mercedes 770K'를 처음 출시한 이후 14년간 2세대에 걸쳐 205대를 생산했다. 마음먹고 만든 럭셔리였다. 대부분 나치 고위직들과 유럽의 독재자들이 이용해 '악마의 메르세데스'로 불리기도 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뉘르부르크 460'보다 '더 큰 럭셔리'를 만들기로 했다. 1930년 'Grosser(Grand) Mercedes 770K W07'를 출시했다. 1938년까지 1세대(W07) 117대, 1944년까지 2세대(W150) 88대를 생산했다. 전장은 6m, 전폭은 2m, 직렬 8기통 7.7리터급(7665cc)이었다. 나치는 당수(黨首) 히틀러에게 이 모델을 제공했다. 총리가 된 뒤에도 같은 모델을 탔다. '방탄'이라는 점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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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요인들의 '수권법'에 대한 서명. 제일 위가 힌덴부르크 대통령, 그 아래가 히틀러다

 
1933년 3월 총선에서 나치는 43.9%를 득표했다. 독일민족인민당과 연정을 꾸렸다. 이어 수권법(授權法)을 처리했다. 비상시 행정부에 의회의 입법권을 모두 위임하는 법률이다. 나치의 일당독재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법률에는 헌법을 거스르는 조항도 있었다. 이 때문에 2/3 이상의 찬성이 필요했다. 나치는 총선 직전 의회 화재사건에 연루된 의혹이 있다며 독일노동당 의원 81명 전원을 체포했다. 노동당 의원들이 불참한 상태에서 사회민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찬성표를 던졌다. 444대 94. 내각 총리 히틀러는 '언제든 마음대로' 법을 만들 수 있었다. 공식 명칭은 '민족과 국가의 위난을 제거하기 위한 법률(Gesetz zur Behebung der Not von Volk und Reich)'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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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베를린의 행사장에서 군중들의 환호를 받는 히틀러. 뒤에 앉아 있는 이는 폰 파펜 부총리

 
대통령 힌덴부르크는 1934년 8월 2일 사망했다. 바로 전날, 내각은 수권법에 따라 '국가원수법'을 제정했다. 대통령직을 없애고 총리가 그 권한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총'리 겸 대'통'령, 히틀러는 '총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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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에 조수석에서 자고 있는 히틀러(사진 위). 잠시 정차해 일행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들 사진 모두 체제 선전에 활용했다

 
히틀러는 수많은 사진을 남겼다. 모두 체제 선전용이다. 의전차를 타고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는 모습을 담았다. 비엔나 군중의 환호, 독일 시골 아이들, 차에서 조는 모습까지도 선전에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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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히틀러에 인도한 770K W150 방탄 모델(사진 위). 1940년 베를린에서 연 프랑스 점령 축하 퍼레이드 때 이 모델을 탔다. 이탈리아의 독재자 베니토 무솔리니가 1940년 독일을 여러 차례 방문했을 때도 이용했다

 
2세대 770K, W150은 88대를 전량 방탄으로 제작했다. 88대 중 46대는 오픈형 투어링카 스타일이었다. 1939년 인도한 히틀러 차량은 방탄에 특히 신경을 썼다. 유리의 두께는 40mm, 무게는 5톤이었다. 히틀러에 제공한 W07과 W150 방탄 모델은 17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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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 방탄 열차

 
히틀러는 1937년 '방탄 열차'를 지시했다. 차량 모두 강철로 제작했다. 무게가 1량 당 60톤이 넘었다. 평시와 전시, 두 대를 만들었다. 각 15량이었고, 열차 구성은 큰 차이가 없었다. 기관차, 수하물, 회의용, 호위용, 식당, 침실칸, 풀만 코치, 참모용, 기자용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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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통 관저에서 식사를 하는 에바 브라운과 히틀러

 
1945년 4월 28일에서 29일로 넘어가는 자정쯤, 히틀러는 벙커에서 에바 브라운(Eva Braun)과 결혼식을 올렸다. 29일 오후엔 무솔리니가 처형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 직후, 반려견 '블론디'에게 청산가리 알약을 실험했다. 4월 30일, 브라운이 청산가리 캡슐을 깨무는 것을 보고 자신의 머리를 겨눈 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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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신문 'Stars and Stripes'가 1945년 5월 2일 호외로 발행한 신문의 1면


히틀러는 죽기 직전 개인 비서 '트라우들 융에'에게 유언을 구술했다. "나 자신과 내 아내는 항복과 축출의 불명예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내가 국민들에게 봉사한 12년간의 여정에서 나의 가장 중요한 일상 업무가 될 이 일을 실행한 후, 나의 시신이 그 자리에서 즉시 불태워지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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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들 융에(사진 왼쪽)와 오토 귄쉐


부관 오토 귄쉐(Otto Gunsche)가 두 사람의 시신을 담요에 싸 충통실 정원으로 옮겼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였다. 귄쉐는 휘발유 200리터를 사용했다. 시신이 남겨졌을까. 이후 히틀러 사망과 관련한 광범위한 조사가 있었다. 11년 만에 조사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 속 사망진단서는 '사망 추정'으로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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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독일 베를린을 방문했을 당시 아돌프 히틀러의 의전차에 함께 오른 이탈리아 총리 베니토 무솔리니

 
W150 모델을 다른 국가 지도자들도 탔는데, 대부분 히틀러가 선물한 것이다.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 루마니아의 이안 안토네스쿠, 스페인의 프란시스코 프랑코, 핀란드의 칼 구스타프 에밀 만네르하임,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살라자르 등이다. 독재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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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히로히토 일왕이 직접 선택한 '770K W07 방탄' 모델. 히로히토는 아시아에서 방탄의전차를 탄 최초의 인물이다

 
미치노미야 히로히토 일왕은 '방탄 W07'의 고객이었다. 1935년 첫 주문을 한 이후 모두 6대의 W07을 소유했다. 앞유리와 뒷문쪽 추가 헤드라이트를 일본 왕가의 문장인 국화로 장식했다.

 

 
사진 : 위키미디어커먼즈, 위키피디아, 나무위키, Getty Images, 독일연방기록보관소, www.mercedes-ben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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