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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경복궁 낙서테러 배후 '이팀장' 못 잡는 이유

등록 2024.01.07 19:18

수정 2024.01.07 19:28

'범죄소굴'된 텔레그램 어쩌나

[앵커]
경복궁 낙서 사건 뿐 만아니라, 최근 범죄 사건에 텔레그램이란 메신저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럴 경우 수사당국은 범인 잡기에 난항을 겪습니다. 왜 그런지,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를 막을 대책은 없는지 사회부 안윤경 기자와 따져보겠습니다.

안 기자, 먼저, 경복궁 낙서 사건 부터 살펴봐야겠습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지 20일도 더 지났는데, 낙서를 지시한 이른바 '이 팀장'은 아직도 잡히지 않은 거죠? 뭐가 문제입니까?

[기자]
지난달 16일 새벽 경복궁 담장에 낙서를 한 18살 임모군은 3일 만에 붙잡혔습니다. 하지만 임 군에게 낙서를 사주한 이 팀장은 아직 체포되지 않았습니다. "불법영상 공유 사이트를 (낙서로) 홍보해주면 300만 원을 주겠다",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를 해라" 등의 대화가 모두 텔레그램에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착수금 10만 원을 보낸 입금자를 찾아냈지만 이 또한 텔레그램을 통한 이 팀장의 거짓말에 속은 경우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이 텔레그램은 마약이나 성범죄 수법에도 꾸준히 거론되지 않습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50명이 넘는 피해자가 나온 'n번방 사건'과 이 n번방을 따라한 '엘(L)번방 사건'에선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성착취물이 유포됐고요,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도 중국에 있던 총책이 텔레그램으로 한국 일당에게 지시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마약 판매처가 쉽게 검색된다는 문제도 있고, 최근에는 텔레그램 본사를 사칭한 피싱 범죄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앵커]
저도 텔레그램 사용하면서 피싱 메시지 자주 받았는데요, 안 기자도 텔레그램 쓰죠? 이제는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메신저가 됐는데도 범죄에 노출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텔레그램이 '보안·익명성'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카카오톡과 달리 텔레그램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내가 보낸 메시지를 상대방 기기에서 삭제할 수 있습니다. 또 사용자 간의 대화를 모두 암호화하고, 저장하지 않는 점 때문에 수사기관이 추적하기 힘듭니다.

[앵커]
보안이 좋다는 이유로 많이 사용하는데 오히려 이게 범죄에 악용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범죄가 생겼을 때 서버 자체를 들여다볼 순 없는 겁니까?

[기자]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SNS를 운영하다 정권에 밉보여 해외로 망명한 파벨 두로프가 만들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텔레그램은 회사 본사가 어디인지도 명확치 않을 정도로 보안에 철저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엔 본사 위치를 밝히지 않고 개발팀이 두바이에 있다고만 밝히고 있습니다 한국지사가 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앵커]
아무리 그래도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기자]
네, 텔레그램을 이용한 범죄에 대응해 경찰도 디지털 수사기법을 발전시키고 있지만, 졍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공격 후 텔레그램이 하마스 공식 계정 접속을 차단하는 등 국가적 차원의 협조요청에 응한 사례도 있습니다. 실제 브라질 대법원이 "우리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리겠다"고 압박한 뒤 텔레그램의 협조를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앵커]
손 놓고 있을게 아니라 앞선 브라질의 사례도 참고해볼만 하겠네요 안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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