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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터뷰] 배드파더스 구본창 "양육비 이행법 27개 모두 자동 폐기…이제는 변화가 필요할 때"

등록 2024.01.31 12:02

수정 2024.02.01 13:02

지난달 4일 대법원은 인터넷 사이트 '배드파더스'(Bad Fathers)를 운영하며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한 구본창(61) 씨에게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라는 공적 사안에 대한 여론 형성에 기여한 면이 있다"면서도 "사적 제재의 하나로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가 크다"고 판단했다.

구본창 씨는 담담하게 "대법원의 판결이 이전과 달라진 건 없다"며 "단지 (이번 판결로) 사이트 운영자나 저 같은 경우는 멘붕(‘멘탈 붕괴’를 줄여 이르는 말)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최소 1500명 이상의 양육비 미지급 사례를 해결했다"며 "그걸 유죄라고 하니까 '정의란 무엇인가'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구씨는 한국에서 양육비 피해 아동만 100만 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지급자가 변호사한테 5분만 상담을 하면 완벽하게 피해나갈 방법이 있다. 법을 통해 해결할 수 없다 보니까 신상 공개를 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칭하는 일명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경제적 독립과 조기 은퇴의 약자로 만들어진 신조어)이었다. 구씨는 "입시 학원에서 영어 강사 이후 원장도 했습니다. 40대에 필리핀으로 은퇴 이민을 간거죠. 당시 코피노(Kopino·한국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2세를 필리핀에서 이르는 말) 관련 봉사단체에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양육비 문제까지 접근하게 됐고 귀국 후 이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는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지만 가족들의 반대는 완강하다. 그는 "사무실에 전화해서 죽인다고 하고 찾아오기도 하고 그런 사례들이 있다 보니까 가족들은 당연히 반대한다"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일을 계속 하는 이유를 묻자 "당시 배드파더스 사이트를 보면 하루 평균 접속자만 7~8만 명 정도였어요. 양육비를 못받은 피해자가 수십만 명이니까 하루 방문자가 그 정도 될 수 밖에 없는거죠. 이혼 가정 기준으로 했을 때 미지급률이 80%. 미혼모나 미혼부는 92%에 올라갑니다. 이 일을 멈출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회가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양육비 미지급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씨는 "양육비 이행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들이 27개나 발의가 됐는데 단 한개도 통과가 되지 않았습니다. 총선이 끝나면 자동 폐기 수순 아닙니까? 사실상 토론이라는게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양육비 미지급을 바라보는 정부의 입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반려견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개식용 금지법이 이제 국회 통과했잖아요. 이 법의 최고 형량이 징역 3년에 벌금 3000만 원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양육비와 관련된 양육비 이행관리법에서 최고 징역형은 1년입니다. 벌금은 1000만 원 이하고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의 권리가 반려견만도 못한 현실에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출산을 하라고 얘기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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