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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민주당의 '수호천사, 이지은 전 총경' 표현 유감

등록 2024.01.31 16:15

수정 2024.02.01 09:43

[취재후 Talk] 민주당의 '수호천사, 이지은 전 총경' 표현 유감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더불어민주당은 4·10 총선을 70여 일 앞둔 지난 29일, 영입 인사들 가운데 '여성 인재'를 따로 불러 환영의 뜻을 전했는데요. 일선서 지구대장과 지방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팀장 등을 지낸 이지은 전 총경과 초등학교 교사 출신이자 전국초등교사 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인 백승아 선생님이 그 대상이었습니다.

이 자리엔 민주당의 영입위원장을 겸하는 이재명 대표를 비롯해, 남인순·이재정 의원 등 전현직 전국여성위원장들도 참석해 직접 꽃다발을 증정과 함께 파란색 목도리를 둘러주며 이들의 입당을 축하했습니다. 그런데 영입식 중간중간 다소 불편하게 느껴졌던 표현과 발언이 등장했습니다.

◇홍익·화양지구대장 출신인데, 여성이라고 '천사' 수식어?

민주당은 이 전 총경을 소개하면서 "민생치안 현장을 누빈, 국민안전 수호천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 총경은 경찰대 17기 출신으로 서울 마포 홍익지구대장,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장, 전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팀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이력만 봐도 '험한 임무'를 적잖이 수행했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민주당은 "여성 지구대장 출신으로 '경찰의 꽃'인 총경 계급으로 승진한 성공 신화를 일군 인물"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당 홈페이지와 SNS에도 '수호천사'라는 표현을 써가며 소개했는데요. '천사'라는 표현으로 '여성 경찰'이라는 점은 부각될 수 있지만, 오히려 그의 '경찰 이력'은 퇴색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이재명 대표는 소개 도중 이 전 총경을 보면서,
"얼마 전까지 총경이셨죠? 총경이 원래 경찰서장급인데, 아주 특이한 삶을 사셨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여성이 총경이 됐다는 게 아주 특이한 건지 아니면 여성이 경찰이라는 직업을 택한 게 아주 특이하다는 건지. 혹은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인지 해당 발언의 정확한 취지는 제가 파악할 수 없겠지만, 그 발언이 나온 직후 이 전 총경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면서 이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서 민주당에서 류삼영 전 총경을 소개할 때, "35년 간 경찰에 몸담은 잔뼈 굵은 수사·형사분야 전문가로서 굵직굵직한 사건을 해결하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다"며 "권력이 아닌 국민만 바라보는 국민의 경찰로서 가치관과 역량을 갖춘 적임자"라고 했는데요. 이 전 총경에 대해서도 조금 더 세련된 수식어를 붙여줄 수는 없었을까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한편으론 그 자리에 있었던 전현직 전국여성위원장들이라도 '천사'라는 표현을 보다 '드라이하게' 바꿔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짙게 들었습니다. '여성'을 대표해 그 자리에 앉아 계셨던 분들이기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했고요. 뭔가를 더 붙이려고 노력할 게 아니라, 그의 이력만 간단히 읊어줘도 충분해 보였으니 말이죠.

 

[취재후 Talk] 민주당의 '수호천사, 이지은 전 총경' 표현 유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지난 29일 국회에서 열린 11·12차 인재영입식에서 이지은 전 총경에게 목도리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여성들 눈에 비친 정치권 모습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결과, 그리고 최근 4·10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2030 여성 유권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당은 민주당입니다. 그런데 민주당이 잘했다기 보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이 더 못했기 때문이란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민주당 출신 광역단체장 가운데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지사, 2020년 오거돈 전 부산시장 및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의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고, 당내 여성 의원들은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를 향해 '피해호소인'이라는 표현까지 썼지만 지지율 변동은 잠깐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유산한 보좌진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하지 않은 채 출근을 지시한 한 여성 의원, 임신한 보좌진을 바로 의원면직한 또 다른 여성 의원 모두 민주당 소속인데도 2030 여성이 '강력한 우군'이 돼 주는 현 상황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그런데 그러다가도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포기 못하는 국민의힘과 '여성이 경찰이나 소방관이 되려면 군복무 하라'는 개혁신당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고요.

'여성'이라는 성별을 앞세워 각종 지원금을 받은 뒤 편향된 정치 행위를 일삼은 시민단체를 솎아내겠다는 취지라고 할지라도, 군대가 보다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자 공간이긴 하지만 그 방향과 속도에 동의하지 못하는 여성들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치권을 가까이 들여다보면, 더욱 한숨 나오는 상황이라 안타까움이 더해지고 있는데요. 과연 이번에는 '상대 정당 심판'에 따른 반사 이익이 아니라, 여성 유권자들의 '직접적 선택'을 받는 정당이 생겨날 수 있을까요?

/백대우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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