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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양의 비규제지역] 통경매 위기 '평내 진주'…경기도·남양주시가 움직인 까닭은?

등록 2024.02.20 16:53

수정 2024.02.20 16:55

"여러 가지 일로 바쁘실 텐데 남양주 시민이 호소할 일이 있어
글 올립니다"

남양주 평내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원인 78살 김진숙(가명) 씨는 호소문을 썼습니다. 수신인은 남양주시장.

자식들과 가까운 곳에 살고 싶다는 마음에 한푼 두푼 모아 마련한 집이었습니다. 그런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다는 얘기에 김 씨는 스트레스에 시달렸습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였습니다.

방법을 찾던 김 씨가 선택한 건 남양주시장에게 호소문을 쓰는 일이었습니다.

진주아파트의 운명은 '바람 앞의 등불'입니다.

대주단은 진주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1월 29일까지 브릿지론 이자를 갚지 못하면 경매 수순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조합은 집행부와 비대위 간의 소송전과 시공사 교체 등 지난한 갈등을 겪으면서 90억 원에 달하는 브릿지론 이자를 제때 납부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대출 만기를 연장해 줬던 대주단이 조합에 만기 연장 불가능을 통보했습니다.

경매 절차가 진행돼 아파트가 매각되면 조합원들은 강제로 현금 청산을 받고 분양권도 박탈당합니다.

조합원들은 위기감에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사태 초기 남양주시는 조합 내부 간의 분쟁으로 보고 있다며 "개입할 근거가 없다"고만 했습니다. 국토부도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언론에서 진주아파트 사태를 연일 보도하면서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지난 13일 경기도에서 분쟁 조정 지원단을 파견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평내 진주 건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며 "그냥 놔두면 경매로 넘어가서 많은 조합원이 피해를 볼 수 있어 조정 지원단을 파견하게 됐다"고 파견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원단 투입에 대해 남양주시를 설득했다고도 했습니다.
지원단은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직원들과 함께 사전회의를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주아파트 조합에 조합장 등 임원이 해임된 상태다 보니 진행이 수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경기도 관계자는 "임시 조합장이 선임돼야 같이 회의하고, 자료 요구를 할 수 있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분쟁 조정이 원만히 진행되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국토부와 경기도, 남양주시가 좀 더 일찍 나서줬더라면 어땠을지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진주아파트의 위기를 막을 수 있던 기회는 조합이 설립된 2009년부터 15년 동안이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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