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9

[앵커칼럼 오늘] 뼈를 긁어내는 아픔으로

등록 2024.04.15 21:52

수정 2024.04.15 22:05

"욕망이 많고 사념이 성하면 두통을 부르지요."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명의 화타가 두통에 시달리는 조조에게 권했습니다.

'마비탕을 들고 잠든 사이 머리를 갈라, 머릿속 바람을 걷어내야 합니다.'

조조는 '나를 죽이려 한다'며 화타를 처형했다가, 아끼던 아들 조충이 병사하자 후회했습니다.

전국시대 명의 편작이 제나라 군주 환후에게 거듭 재촉했습니다.

'병이 살갗과 근육을 거쳐 내장에 다다랐습니다. 골수에 이르면 방법이 없습니다.'

환후는 끝까지 '병이 없다'며 무시합니다. 편작은 떠나고 환후는 병사합니다.

사마천이, 의원도 못 고치는 불치병을 꼽았습니다.

'교만해 순리를 따르지 않는다'
'무당을 믿고, 의원을 불신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총선 입장을 밝힙니다. 물론 담기는 내용이 중요하지만, 담는 그릇으로 또다시 일방적 발표를 택한 건 많이 아쉽습니다.

국정 쇄신 의지를 가늠할 첫 신호탄, 총리와 비서실장 인선은 고심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는 사이 여러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립니다. '아랫돌 빼 윗돌 괴는 격' 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국민이 감흥을 받으려면, 대통령 측근들이 대경실색할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제임스 베이커는 공화당 경선에서 레이건의 정적, 포드와 아버지 부시의 선거 참모였습니다. 레이건은 당선 이튿날 그에게 비서실장이 돼달라고 했지요. 베이커는 백악관 내 '노 맨'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정치 아마추어 레이건을 탈이념 실용적 국정으로 이끌었습니다.

우리도 버금가는 인사가 없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노태우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TK 출신 김중권 씨를 초대 비서실장에 발탁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가 탄핵을 발의하자 고건 총리를 내세워 국정을 다잡았습니다.

명의 화타가, 독화살을 맞은 관우의 팔을 기둥에 단단히 묶자고 했습니다. 관우는 번거롭다며 바둑을 두는 채로 살을 째고 뼈를 긁어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삼국지 연의에 나오는 고사입니다. '뼈를 깎아 독을 치료한다'는 비장한 결심을, 내일 대통령 메시지에서 보고 싶습니다.

4월 15일 앵커칼럼 오늘 '뼈를 긁어내는 아픔으로' 였습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