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앵커칼럼 오늘] 법이 맨 앞에 있다

등록 2024.04.25 21:49

수정 2024.04.25 22:09

닉슨이 워터게이트에 입을 연, 첫 대국민 담화입니다. 진실을 추적하던 주역들을 거명합니다.

"단호한 대배심, 정직한 검사들, 용기 있는 판사 존 시리카…"

이때까지도 닉슨은 당당했습니다. 대선에서 오십개 주 중에 마흔아홉 개 주를 석권한 뒤였으니까요.

닉슨 재선의 일등공신 콜슨은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보도를 "거짓투성이 매카시즘"이라고 공격했습니다.

대선 후 관심에서 멀어져 가던 워터게이트를 되살린 이가 시리카 연방지법 판사입니다. 그는 도청범들에게 중형을 선고해 '윗선이 있다'는 진술을 이끌어냈습니다.

닉슨의 육성 테이프를 공개하라는 판결은 결정타가 됐습니다. 대법원이 그의 판결을 인용해 테이프 공개를 명령한 보름 뒤, 닉슨은 사임했습니다.

"대명천지 대한민국 검찰이라고 하는 데가, 어떻게 이런, 동네 건달들도 하지 않는 짓을…"

이재명 대표가 총선 압승 후 첫 최고위에서 검찰을 맹공했던 말입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검찰청 술자리 회유' 주장을 받아 "국기 문란 사건" 이라고 했지요.

"이화영 前 부지사의 진술은 100% 사실로 보입니다."

검찰이 근거를 대며 반박하자 이 전 부지사가 말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소주를 마셔 얼굴이 벌게졌다"더니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음주 장소와 일시도 수시로 뒤집었습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검찰이 말을 바꿨다"고 했습니다. 대답하기 곤란할 때 하는 특유의 동문서답입니다.

이 전 부지사가 유죄를 받으면 이 대표도 수사 대상이 됩니다. 재판도 불리할 공산이 큽니다. 이 전 부지사의 입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전 부지사 재판은, 총선 후 이 대표에게 바짝 다가온 또 하나 리스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어도 사법리스크는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는 방증입니다.

시리카 판사는 닉슨이 압승한 두 달 뒤 도청범 전원에게 법정 최고형인 30년의 철퇴를 내렸습니다. 타임지가 그를 '올해의 인물'에 올려 찬사를 보냈습니다.

"1973년 추악한 워터게이트 사건 내내, 법이 맨 앞에 있음을 주창한 미국 사법부의 상징이다."

4월 25일 앵커칼럼 오늘 '법이 맨 앞에 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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