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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검사, 윤석열에 "눈치껏 수사하지 왜 어려운 길 가나"

등록 2019.09.30 13:56

수정 2019.09.30 14:16

현직 검사가 검찰내부망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수신인으로 한 글로 우회적인 '조국 수사' 비판 공세 반박에 나섰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소속 A검사(40·사법연수원 36기)는 30일 검찰 내부망에 '총장님, 왜 그러셨습니까'라는 제하의 글을 올렸다. 먼저 "임명권자로부터 엄청난 신임을 받아 총장까지 됐는데 그 의중을 잘 헤아려 눈치껏 수사했으면 역적 취급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27일 조국 법무부 장관 일가 관련 잇단 의혹에 대해 특수수사 전환과 함께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을 탓하는 모양새를 취했지만, 역으로 권력의 눈치를 보고 시작한 수사가 아니라는 반어적 표현이다.

A 검사는 윤 총장을 향해 "지난 정권 때도 정권 눈치 살피지 않고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하다가 여러 고초를 겪었으면서 또다시 어려운 길을 가려는 이유가 무엇이냐"고도 했다.

최근 불거진 조 장관의 압수수색 담당 검사와의 '수사개입' 통화 논란에 대해서도, "장관이라고 밝히며 수사검사에게 피의자 남편으로 전화하는 등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의 실현 불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는 분임에도 검찰개혁 적임자라 한다"며 "틀림없이 총장이 모르는 검찰개혁을 위한 특별한 초능력을 가진 분일 수 있지 않겠냐"고 꼬집었다.

장 검사는 이어 "총장 덕분에 앞으로 후배검사들은 살아있는 정권 관련 수사는 절대 엄정하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또 "수장 관련 수사는 신속히 해서도 안 되고 적당한 인원의 수사인력으로 제한해 압수수색 장소도 적당히 구색맞춰 몇 군데만 해야 하는 것을 절실히 배웠다"고 덧붙였다.

해당 글은 삽시간에 검찰 내부와 검사 출신 변호사를 통해 법조계로 퍼졌다. 이 글을 접한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절묘한 풍자에 속으로 웃었지만, 이젠 내부게시판으로도 대놓고 목소리를 못낼 정도로 후배들이 정치 공세에 부담을 느끼구나 싶었다"고 했다.

검사장 출신 다른 변호사도 "윤 총장도 강조했지만, 그동안 검찰개혁이라는 대명제에 검찰이 반대한 적은 없다"며 "조 장관 수사를 검찰의 저항으로 몰아세워도 수사팀의 예봉을 깎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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